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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로이의 가깝고도 먼 한일야구]나지완-김현수 사건, 일본이었다면?

박진형 기자

기사입력 2012-07-09 10:14 | 최종수정 2012-07-09 10:15


올시즌은 지난 6월 김태균-김성배 사건에 이어, 지난 3일 발생한 나지완-김현수의 다툼 등 유난히 선후배의 신경전이 자주 화제가 됐다. 한국 야구계의 선후배 관계는 한국에서 활동하는 일본인 코치들이 취임 직후 맨 먼저 설명을 듣게 되는 한국야구 문화의 대표적 특징 중 하나다.

그렇다면 일본은 어떨까. 올해부터 오릭스에서 뛰는 이대호는 8일 경기 전 이런 말을 했다. "우리 팀 안에서도 후배가 선배에게 깍듯이 인사를 하는 등 선후배 관계는 있어요."

지난주 일본야구에서는 그 선후배의 '인사'에 얽힌 일이 있었다.

7월5일 DeNA-요미우리전. DeNA의 프로 2년차 선발투수 가가미 기쇼(23)는 2회초 요미우리 6번 다카하시 요시노부(37)가 첫 타석에 들어서자 가볍게 목례를 했다. 가가미에게 다카하시는 고등학교 대선배다. 경기후 가가미는 "고교 시절부터 동경한 선수와 대결할 수 있게 돼 (나도 모르게) 인사를 해버렸다"고 했다. 하지만 그 행동에 대해 DeNA의 나카하타 기요시 감독은 쓴소리를 했다고 한다."마운드에서 인사를 하는 순간 이미 타자에 지고 들어가는 것이다. 승부가 시작되면 선-후배는 잊어야 하는데."

고교 야구부가 53개인 한국에 비해 고교야구 연맹 가맹교가 4017개나 되는 일본.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카하시와 가가미 처럼 동문 선수가 경기장에서 만나는 케이스는 적지 않다. 예를 들면 지난 8일 지바 롯데-오릭스전에서 지바 롯데의 선발라인업 10명중 3명이 고교야구 명문 PL학원고 출신자였다. PL학원고 출신의 현역 선수는 일본프로야구 전체에 13명 분포해 있으며, 3번째로 많은 동문이다.

하지만 일본의 경우 누가 학교의 선후배인지 모를 때도 있다고 한 스포츠신문사의 기자가 설명해 줬다. "시범경기 때 신인선수들이 '상대팀에 ○○교 출신자가 있습니까?'라고 물어 옵니다. 그럼 우리도 선수명단을 찾아서 알려줘요." 일본에서는 프로 출신자가 아마추어 선수를 접촉할 수 없는 규정이 있어 서로가 선후배인 줄 모르는 일이 생기는 것이다. 특히 각 지역에서 학생이 모이는 대학교 야구부의 경우 그런 경향이 크다고 한다.

요즘 일본의 선후배 관계에 대해 변화를 느끼고 있는 사람도 있다. PL학원 출신으로 'PL학원 OB는 왜 프로야구에서 성공할까'라는 책의 저자인 하시모토 기요시 해설위원(43·전 요미우리 투수)는 이렇게 말한다. "제가 젊었을 때는 선배에게 인사할 때 부동자세로 했는데, 요즘에는 가볍게 고개를 까딱하는 정도입니다."

하시모토씨는 고교동문의 선후배 관계에 대해 "일단 경기에 들어가면 선후배에 관계없이 진지한 승부를 하는게 프로입니다. 예를 들면 선배 타자가 '몸 쪽에 던지지 말라'고 사인을 보내도 이기기 위해서는 던져야 합니다. 반면에 상대 타자가 후배라 해도 몸에 맞는 공을 던졌을 경우 투수는 모자를 벗고 사과합니다."


한-일의 선후배 문화 차이에 대해 2010년 SK에서 2군 투수코치로 재직했고, 현재 오릭스에 소속된 아카호리 모토유키 코치는 "한국은 팀내에서 문제가 생기면 코치가 선배급 선수에게 지적을 하고, 그 선수가 다시 후배 선수에게 질책하는 모습을 몇 번 봤습니다. 그런 관계는 일본에서는 못 본 것 같아요"라고 했다.

선후배 관계는 인맥이나 규율을 지키기 위해서는 중요한 아이콘이 될 수 있지만 "그라운드에서는 상관없는 일"이라는 게 일본 야구인들의 공통된 인식인 것 같다.

<일본어판 한국프로야구 가이드북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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