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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로이의 가깝고도 먼 한일야구]현장에서 본 이대호, 욕심을 버렸다

박진형 기자

기사입력 2012-02-13 11:42 | 최종수정 2012-02-13 11:42


지난 11일 오릭스의 첫 홍백전에서 이대호가 2타수 2안타를 기록했다. 그 모습은 이대호가 가진 거포의 이미지가 아니라 오릭스 캠프지 오키나와현 미야코지마의 특산물 '사탕수수'를 연상시키는 활약 이었다. 사탕수수처럼 보기에는 소박하지만 씹을수록 단 맛이 난다는 뜻이다.

보통 이 시기의 실전훈련에 용병은 출전하지 않는다. 이대호 역시 이미 실력이 검증된 상태이므로 굳이 홍백전에 나서야 할 이유는 없다. 하지만 이날 이대호의 모습을 보고 싶어한 사람이 있었다. 홍백전을 현장에서 관전한 오릭스의 미야우치 구단주다. "소문으로 들은 아주 유명한 이대호 선수"라고 웃으면서 말한 미야우치 구단주는 "지금까지 우리팀은 좌타자가 많았는데 올해는 좌우의 대형타자가 있어 너무 재미있다"며 이대호의 존재를 환영했다.

이처럼 기대치가 높아지는 가운데 이대호는 화려한 모습보다는 지금의 단계에서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인식하고 있었다. 2회초 선두타자로서 나선 이대호는 4년차 우완투수 니시의 몸쪽 직구를 우전안타로 연결시켰다. 초구에 포수 이토는 몸쪽을 요구하고 있었다. 같은 팀끼리 하는 홍백전의 경우 투수들이 위험한 몸쪽 공을 던지려면 용기가 필요하다.

배터리가 의도해서 던진 몸쪽의 직구. 이대호는 첫 홍백전의 첫 타석임에도 불구하고 초구부터 스윙을 했다. "투수는 아마 초구는 치지 않을 거라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나는 역으로 생각했기 때문에 초구부터 쳤어요." 냉정하게 대처해 배팅을 한 후 1루로 뛰어가는 이대호의 얼굴에는 무심코 미소가 배나오고 있었다.

두번째 타석은 앞타자인 3번 T-오카다가 백스크린을 때리는 홈런을 친 직후였다. 그러자 야구장에는 이대호에게 백투백 홈런을 기대하는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었다. 하지만 이대호는 첫 타석에 이어 또다시 초구를 공략, 우익수 앞에 기술적으로 밀어친 안타를 날렸다. 뭔가 보여주고 싶다는 욕심은 없는 모습이었다.

"아직 우리 팀원끼리 하는 경기이며, 개막에 맞춰서 훈련하고 있다"고 일본기자들의 질문에 대답한 이대호. 홍백전에서 보인 이대호의 자세는 서두르지 않는 차분한 모습이고 스며 나오는 깊은 맛을 느낄 수 있었다.

미야코지마 구장 주변을 둘러싼 사탕수수는 지금 수확의 계절이다. 올해는 예년에 비해 흉작이라고 한다. "작년에 태풍 때문에 사탕수수가 큰 피해를 입었어요"라는 미야코지마 주민들의 말과 "작년 마지막 경기에서 클라이맥스 시리즈 진출을 놓쳐서 너무 아쉬워요"라고 한 어느 오릭스 팬의 말과는 어딘가 비슷한 느낌을 준다.

제대로 준비를 하고 있는 이대호가 오릭스를 잘 자란 사탕수수처럼 대지에 우뚝 일으켜 세우는 모습을 기대케 한 미야코지마의 홍백전이었다. <일본어판 한국프로야구 가이드북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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