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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시즌 양승호 감독은 내야를 1루수 이대호, 2루수 조성환, 3루수 전준우, 유격수 황재균으로 구성했다. 전준우가 대학 시절 3루수로 좋은 모습을 보였기 때문. 공격력 극대화를 위한 선택이었다. 하지만 전준우는 물론, 유격수에 위치한 황재균마저 수비 부담으로 인해 타격감을 잃어버렸다. 양 감독은 고심 끝에 전준우를 다시 중견수로 보냈다. 그리고 유격수 문규현, 3루수 황재균 카드를 꺼내들었다. 물론 실책 1위라는 오명은 벗지 못했지만, 수비가 안정된 것은 물론 타격감까지 살아나 상승세를 탔다. 플레이오프 직행의 원동력이었다.
황재균은 올시즌 삼성 김상수와 함께 실책 1위(22개)에 올랐다. 문규현은 16개로 4위. 하지만 둘은 3년 동안 준플레이오프에서 허망하게 무너진 롯데 수비를 바꾼 장본인들이다. 특히 황재균은 2차전서 두차례의 결정적인 러닝스로로 팀을 구해냈다. 3차전서도 5회 정근우의 깊은 타구를 다이빙캐치해 잡아낸 데 이어 7회에도 정근우의 빨랫줄 같은 타구를 번개같이 잡아내 병살플레이를 이끌어냈다. 핫코너인 3루는 전후 좌우로 많이 움직여야 하는 자리다. 번트 쉬프트 등에 있어 역할이 크다. 1루까지 거리도 멀기에 강한 어깨도 필수다. 황재균은 이대호나 전준우보다 3루에 적합한 선수다.
적장인 SK 이만수 감독대행은 경기가 끝난 뒤 달라진 롯데를 칭찬했다. 이 감독은 "롯데가 생갭다 너무 강하다. 지난해와 달리 세밀한 야구를 한다"며 "공격력은 원래 8개 구단 중 최강이다. 그런데 번트 쉬프트 등 수비도 만만치 않은 실력이다. 놀랍다"고 평했다. 선수들도 마찬가지 생각이었다. 특히 준플레이오프부터 맹타를 휘두르다 2차전부터 호수비에 가로 막혀 1안타로 침묵하고 있는 정근우는 "롯데가 집중력이 좋아진 것 같다. 우리가 평소처럼 하다가는 당할 것 같다. 준비를 많이 해야겠다"고 했다.
1승2패로 벼랑 끝에 몰린 롯데. 과연 남은 경기에서 퍼펙트한 수비를 이어가 대반전 드라마를 쓸 수 있을까.
인천=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