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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석]걸개파문, 전북 구단이 일을 키운건 아닌지

민창기 기자

기사입력 2011-09-29 15:25


전북 현대의 일부 팬들이 잔칫상에 재를 뿌렸다. 아시아챔피언스리그 8강 1차전에서 세레소 오사카(일본)에 3대4로 패한 전북은 홈 2차전에서 6대1 대승을 거두며 4강에 진출했다. 최강희 감독이 시즌 초반 내건 목표, 2006년에 이어 5년 만의 아시아 정상을 향해 한 발 다가선 것이다.

그런데 몇몇 팬이 전주월드컵경기장 서포터스석에 내건 '일본 대지진을 축하합니다'라고 적힌 플래카드가 파문을 일으키면서 4강 진출의 기쁨이 묻혔다. 일본프로축구연맹은 홈페이지 프런트에 아직까지 지난 3월 일어난 동일본 대지진 희생자를 추모하는 글을 올려놓고 있다. 대지진으로 인해 리그까지 중단했던 J-리그다. 스포츠 각 종목이 애국심과 국가나 지역간의 경쟁의식을 바탕으로 성장하고 유지되고 있는 게 사실이지만 이건 전혀 개념이 다른 경우다.

전북 구단의 말대로, 일부 몰지각한 서포터의 분별없는 행동 정도로 치부하기에는 사안이 중하다. 국제 외교 문제로 번질 수도 있고, 또 아시아축구연맹(AFC)의 제재가 뒤따를 수 있다. 전북도, 나아가 전북 도민의 명예를 떨어트렸으며, 팀 명에 따라붙는 모기업 현대자동차의 이미지를 손상했다. 전북 구단은 경찰에 의뢰해 플래카드를 만든 팬을 찾아내 조치를 취하겠다고 했다. 구단 고위 관계자는 포상금까지 걸 생각이라고 했다. 구단의 노력을 폄하할 생각은 없지만, 이쯤에서 구단은 자업자득은 아닌지 냉정하게 돌아봐야 한다.

그동안 전북 서포터스는 정도를 벗어난 응원과 상대 팀에 대한 적대적인 언행으로 물의를 일으켰다. 프로축구연맹은 지난 7월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1년 현대오일뱅크 K-리그 FC서울전 직후 벌어진 홈팀 서포터스의 폭력행위에 대한 책임을 물어 전북 구단에 제재금 1000만원을 부과했다. 당시 전북 일부 서포터들은 경기가 끝난 직후 그라운드에 난입해 서울 관계자를 위협하고, 원정팀 서포터스 버스의 출발을 막았다. 홈팀 서포터스에 둘러 싸인 서울 팬들은 버스 안에서 2시간 동안 공포에 떨어야 했다. 일부 홈 팬들은 경찰차량이 따르고, 경찰이 동승한 서울 서포터스 버스를 고속도로까지 따라와 위협했다. 이전에도 일부 전북 팬들은 원정팀 선수단 버스를 가로막고 출발을 방해한 적이 있다. 다른 구단 서포터스가 이번 사태를 보면서 "또 전북인가"라는 반응을 보이는 이유가 여기 있다.

전북 구단은 그동안 서포터스와 만남의 자리를 만들어 자제를 요구하고, 계도했다고 설명한다. 그렇다고 이번 사안에 대해 책임을 면할 수 없다. 이번 일로 그동안의 노력이 충분하지 않았다는 게 드러났다. 혹시 그동안의 안일한 상황 인식과 대처가 서포터스나 팬들에게 그릇된 인식을 심어준 게 아닌지 생각해봐야 한다.

2006년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챔피언인 전북은 2009년 K-리그 우승컵을 들어올렸고, 올시즌 선두를 질주하고 있다. K-리그를 대표하는 명문팀으로 도약했다. 하지만 명문팀 대접을 받으려면 성적뿐만 아니라 책임도 다해야 한다. 스포츠2팀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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