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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톱5' 열일곱살 손연재는 계속 진화중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11-09-08 14:54 | 최종수정 2011-09-08 16:16



'리듬체조 요정' 손연재(17·세종고)의 성장세가 눈부시다. 올 시즌 7개월여의 러시아 전지훈련과 잇단 월드컵 시리즈 출전을 통한 실전 경험의 효과를 성적으로 입증했다.손연재는 5~7일(한국시각)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에서 열린 국제체조연맹(FIG) 타슈켄트 월드컵 시리즈에서 생애 최고의 성적을 올렸다. 생애 첫 개인종합 톱10, 전종목 27점대는 시작에 불과했다. 1~8위가 겨루는 후프와 곤봉 결선에서 각각 5-6위에 오르며 당당히 '톱5'에 진입했다. 희고 가느다란 동유럽 선수들의 전유물이다시피 한 리듬체조 종목에서 작고 깜찍한 한국 소녀의 선전은 단연 눈에 띄었다. 1등만을 기억하는 대한민국 스포츠계에서 리듬체조 5등의 의미는 무엇일까.


후프 세계 5위-곤봉 세계 6위의 의미

이번 대회 러시아 1-2위 예브게니아 카나예바와 다리아 콘다코바는 불참했지만 러시아 2인자들과 벨라루시 불가리아 아제르바이잔 스타선수들은 대거 출전했다. 손연재는 올 시즌 후프 종목에 유독 강한 면모를 보였다. 5월 우크라이나 키예프월드컵과 프랑스 코르베유에손 월드컵에서 잇달아 결선 진출(7위)을 일구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타슈켄트 결선에선 개인 최고 점수(27.975점)로 5위에 오르며 몽펠리에세계선수권과 런던올림픽을 향한 기대감을 부추겼다. 더욱 인상적인 것은 부진했던 곤봉 종목에서의 선전이다. 이번 시즌부터 줄 대신 도입된 곤봉 종목은 시니어 2년차 손연재에게 낯설 수밖에 없는 종목이다. 후프 볼 곤봉 리본 4종목 가운데 곤봉 점수는 늘 시원치 않았다. 약점을 장점으로 바꾼 건 역시 피나는 연습이다. 곤봉을 던지고 받아내느라 발은 온통 멍투성이가 됐다. 빠르고 역동적인 동작이 손과 몸에 기계적으로 붙을 때까지 손연재는 포기하지 않았다. 타슈켄트 월드컵시리즈 곤봉 종목 첫 결선 진출이 더욱 값진 이유다.

'전종목 27점대, 세계 톱10' 세계선수권 넘어 런던 프로젝트

손연재는 올해 초 러시아 전지훈련을 떠나며 "전종목 26점대, 세계 톱15"를 목표 삼았다. 3월 첫 출전한 페사로월드컵 시리즈 3종목에서 26점대를 받았다. 한달 뒤인 4월 말 포르티마오 월드컵시리즈에선 전종목 26점대에 올랐다. 5월 초 키예프 월드컵에선 곤봉과 리본에서 연거푸 실수하며 24점대로 미끄러졌지만 곧바로 이어진 코르베유에손 대회에서 후프 27점대로 최고점, 남은 3종목에선 26점대를 기록하는 저력을 발휘했다. 이후 4개월만에 손연재는 전종목에서 1점을 끌어올리는 괴력을 발휘했다. 마지막 월드컵 시리즈 대회이자 몽펠리에세계선수권 직전 모의고사인 타슈켄트 월드컵에서 기록한 전종목 27점대, 세계 톱10는 손연재의 올해 목표를 넘어서는 호기록이다. 독한 노력으로 세계 정상급 기량에 다가섰다. 김지영 대한체조협회 강화위원장은 "프로그램의 숙련도와 완성도를 끌어올린 결과"라고 칭찬하면서 "7월 FIG심판위원장을 내한해 연재의 프로그램을 보고 보완점을 지적해줬다. 볼과 후프 등 프로그램을 수정한 것이 주효했다"고 설명했다. 대한체조협회도 손연재의 선전에 한껏 고무된 분위기다. 김대원 대한체조협회 전무는 "19일 시작되는 몽펠리에세계선수권에서의 우선적인 목표는 런던올림픽 티켓"이라고 명시하면서 "런던올림픽에서 사상 첫 한자릿수 랭킹 진입, 종목 메달을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올해보다 내년의 손연재에게 더 큰 기대를 걸고 있다"고 덧붙였다. 손연재와 비슷한 순위의 유럽 정상급 선수들이 정체기로 접어드는 반면 열일곱살 손연재는 여전히 진화하고 있다. 러시아 전훈 9개월만에 세계 톱5에 오르며 놀라운 성장세를 입증한 손연재, 세계선수권에서 또 한번의 신화를 예고하고 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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