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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삼성-KIA의 주말 3번째 경기. '선발 vs 불펜' 야구의 결승전쯤 될 뻔했다. 전날까지 양 팀은 선발, 불펜 야구의 진수를 맘껏 발산하며 1승1패로 균형을 맞춘 터.
로페즈 조기 강판 변수의 명암
로페즈는 프로야구 대표적 이닝이터다. 전날까지 선발 등판한 16경기에서 평균 7⅓이닝을 소화했다. 롱런이 예상됐던 로페즈는 1-1이던 2회 1사 3루 이영욱 타석 때 갑작스럽게 옆구리 통증을 호소하며 자진 강판했다. 몸조차 풀지 못했던 KIA 불펜으로선 재앙과 같은 비상상황이었다.
'선발 삼성 vs 불펜 KIA'의 엇갈린 맞대결
이날 양팀은 서로의 장점을 반대로 적용시키며 기묘한 대결을 펼쳤다. 평소와 정반대로 삼성은 선발야구를, KIA는 불펜야구를 선보였다.
삼성 선발 배영수는 자신있게 몸쪽 공을 뿌리며 6이닝 동안 5안타 3실점으로 퀄리티 스타트를 기록했다.
반면 KIA 불펜 야구의 백미는 한기주였다. 이날 경기부터 마무리로 전환, 불펜대기에 들어간 한기주는 3-2 박빙의 리드 속 7회 1사 1루에 마운드에 올랐다. 3이닝 동안 9타자를 상대로 단 1타자도 출루시키지 않으며 복귀 후 첫 세이브를 중요한 순간 기록했다. 지난 2009년 6월21일 부산 롯데전 이후 무려 756일만의 세이브. 공이 다소 높게 형성됐지만 볼끝의 위력은 살아있었다. 삼성 타자들이 높은 직구 볼에 하프 스윙을 멈추지 못할 정도였다.
자신있는 직구 위주의 피칭이 주효했다. 총 28개 투구수 중 직구를 19개(144㎞~152㎞)나 던졌다. 슬라이더 6개(127㎞~133㎞)와 체인지업 3개(133㎞~135㎞)를 섞었다.
마무리 전환을 성공리에 마친 한기주는 "로페즈가 일찍 내려와 어려운 상황 속에서 등판하게 되면서 내 자신의 볼만 던지겠다고 생각했다. 볼이 좀 뜨는 것 같아 힘들었는데 (포수) 차일목 선배의 리드대로 공 하나하나 혼신의 힘을 다했다. 앞으로 보직에 관계없이 최선을 다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대구=-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