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두산에서 14승을 올린 켈빈 히메네스(라쿠텐)가 지난 24일 일본무대에서 처음 선발등판했다.
올시즌 선발투수로서 기대를 모았던 히메네스는 스프링캠프에서 오른쪽 어깨를 다쳐 재활을 거친 후 4월 하순 2군에서 처음 등판했다. 2군에서는 6경기에 등판해 4승에 방어율 3.00의 성적을 남겼고 6월15일 1군에 등록됐다. 그 후 중간계투로 두 차례 등판한 뒤 이번 첫 선발등판에 이르렀다.
히메네스는 그 날 세이부를 상대로 4회까지 매이닝 주자를 2루에 내보내는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실점 없이 4-0으로 앞선 채 5회말을 맞이했다. 한 이닝만 더 던지면 승리투수 요건을 얻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5회 무사 만루에 몰린 히메네스는 호세 페르난데스(전 SK)에 희생플라이를 맞고 1실점한 뒤 후속 타자에게 볼넷을 내주고 강판됐다. 이로써 히메네스의 일본 첫 선발등판 기록은 4⅓이닝 7안타 4사구 6개, 1자책점으로 기록됐다. 이날 경기는 세이부가 9회말 대거 5득점하면서 7대4 끝내기 승리를 거뒀으며, 히메네스는 승패를 기록하지 않았다.
다음날 만난 히메네스는 첫 선발 소감을 이렇게 돌아봤다. "구위 자체는 좋았지만 볼넷이 많았다. 나는 원래 내야땅볼을 유도하는 타입인데, 많은 주자를 냈던 것이 아쉽다." 그날 경기에서 세이부 벤치는 선수들에게 "처음 만나는 투수니까 우선 공이 오는 코스를 잘 보라"는 지시를 내렸다. 여기다 히메네스는 스트라이크와 볼의 차이가 심해 97개라는 많은 투구수를 기록했다. 그나마 세이부가 잔루를 많이 기록하면서 히메네스를 도와줬다.
지난해 두산에서의 활약을 인정받고 일본으로 건너온 히메네스는 첫 선발등판 이후 한-일 타자의 차이점에 대해 이렇게 분석했다. "기본적으로 큰 차이는 없다. 다만 한국은 강하게 타구를 치려고 하는 타자가 많은 반면, 일본은 공을 맞히는데 주력하는 것이 차이다. 그런데 세이부는 적극적인 타자가 많아 한국과 비슷한 인상을 받았다."
히메네스는 한국에 대해 추가로 이런 이야기를 했다. "김경문 감독이 사임했다는 소식을 구단 스카우트로부터 들었다. 올시즌은 선수의 사생활 문제로 인한 사건도 있었고, 여러모로 괴로운 일이 많았던 것 같다. 내가 없어서 두산의 성적이 좋지 않다고 하는 말은 맞지 않다. 니퍼트가 잘 하고 있다는 것도 들어서 알고 있다."
라쿠텐은 에이스 이와쿠마 히사시의 복귀가 늦어지면서 하위권에 머물고 있다. 히메네스가 지난해 두산에서 그랬던 것처럼 라쿠텐의 구세주가 될 수 있을까.
"일본 공인구는 한국 것 보다 비거리가 짧고 변화구의 움직임도 좋다. 컨디션도 잘 조절돼 있어 마운드에 오르면 자신감이 있다." 이렇게 말하는 히메네스가 다음 등판에서 그 진가를 발휘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일본어판 한국프로야구 가이드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