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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렸다. 승운을 부르는 비'
흩뿌리는 비를 바라보는 KIA 조범현 감독의 표정이 사뭇 밝다. 최근 조금씩 가라앉던 팀분위기를 활짝 되살릴 수 있는 반전포인트를 만난 덕분이다. 지난 22일부터 전국적으로 시작된 장마는 여러가지 요인에서 선두권 재도약을 위한 KIA의 반전포인트가 될 가능성이 크다.
현재 KIA는 명실상부 8개 구단 최강의 선발진을 갖추고 있다. 특히, 윤석민-로페즈-트레비스로 이어지는 '이닝이터' 3선발진의 위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여기에 올시즌 투심 패스트볼과 포크볼을 장착하며 '컨트롤 아티스트'의 면모를 되찾은 서재응까지 가세해 선발진의 위력은 더욱 커졌다.
2009년의 데자부
이미 이러한 투수운용법은 2009년에도 실시된 바 있다. 2009년 7월6일부터 전국적인 장마가 시작됐다. 그러자 KIA의 경우 일주일에 2~3경기 취소되는 일이 다반사였다. 이때 조범현 감독은 3명의 선발로 경기를 이끌어나가는 카드를 내놨다. 이 묘수는 엄청난 성공을 거뒀다. 윤석민-로페즈-구톰슨은 등판 간격을 조정해가며 거의 매 경기 최상의 컨디션을 보였고, 대부분의 등판을 승리로 이끌었다. 결국 KIA는 7월에 12승6패를 거둔 데 이어 8월초 파죽의 11연승으로 한국시리즈에 직행의 발판을 마련했다. 올해도 선발진의 위력은 2009년과 비슷하다. 따라서 조 감독이 이번 장마를 1위 도약의 호재로 활용할 가능성이 크다.
부상 선수 회복에도 호재
KIA는 5월중순부터 6월초순까지 엄청난 상승세를 경험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선수들의 피로가 누적됐고, 부상자들이 다수 발생했다. 때문에 6월초 8연승 기간 중에도
조 감독은 "부상자들이 많아 선발 라인업을 짜기가 고민스럽다"고 했다. 실제로 현재 KIA 주전급 선수 중에는 2군에서 몸을 추스르는 선수들이 많다. 투수진에서는 좌완 선발 양현종과 불펜의 핵인 곽정철이 빠져있고, 야수진에서는 주전 2루수 안치홍과 4번타자 최희섭이 나란히 허리통증 재발로 2군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 장마로 인한 경기 순연은 KIA에 귀중한 휴식기가 된다. 더불어 현재 체력고갈을 호소하는 이용규 김선빈 이범호 등도 충분한 휴식으로 컨디션을 회복할 시간을 얻게 됐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