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인기 여자 아나운서가 스스로 생명을 끊었다.
그녀와는 특별히 친한 사이는 아니었지만 야구장에서 만나면 서로 인사를 주고 받는 정도였고, 해설위원 및 방송 스태프와 다 같이 어울려 식사를 한 적도 한 번 있었다. 프로의식이 대단한 사람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그녀의 죽음에 참으로 애석한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 이 자리를 빌어 고인의 명복을 빌고 싶다.
어느날 일본에서 뛰는 한국인 선수가 이런 말을 했다. "댓글이 너무 심하게 써 있어 상처를 받았다." 또 한국 야구장에서 선수나 기자들과 이야기를 해봐도 "댓글에 이러이러한 내용이 있었다"는 소리를 자주 듣는다. 처음에 그들이 댓글을 일일이 보고 있다는 것에 우선 놀랐다. 일본에서는 자신에 관한 댓글은 보지 않는게 좋다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기 때문이다. 일본의 선수나 기자가 댓글을 본다는 소리는 거의 들어본 적이 없다.
물론 한국과 일본은 상황이 약간 다르다. 한국에서는 포털 사이트에 뜨는 대부분의 기사에 독자가 댓글을 남길 수 있다. 일본의 경우 그 기사를 제공한 매체에 따라 댓글 허용 여부가 다르다. 그래서 무기명 게시판이 댓글을 생산하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그렇다면 일본인들은 자신에 대한 비판 의견을 무시한다는 건가"라고 의문을 가지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일본프로야구 수도권 구단 소속의 한 20대 선수가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나의 문제점에 대해 엄격하게 지적해 주는 부모나 선배, 지인, 친구, 코치들이 주변에 많이 있습니다. 그러니 구태여 댓글까지 볼 필요는 없는 것이죠."
댓글 중에는 당사자가 스스로 납득할 수 있는 유익한 충고도 물론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글을 보고 받을 마음의 상처를 감안하면 정신적으로는 득보다 실이 많다.
한국에서는 유명인의 자살이 이른바 '베르테르 효과(자살한 유명인과 자신을 동일시해서 모방 자살을 시도하는 현상)'를 일으키는 것이 문제가 되고 있다. 한국의 자살 예방 노력이 부족한 것은 아니다.예를 들어 포털사이트의 검색창에 '자살'이라고 입력해 보라. 그러면 가장 먼저 표시되는 것이 상담 기관으로의 안내 등이다. 또 '자살 예방 및 생명 존중 문화 조성을 위한 법률'도 지난 3월30일에 제정돼 내년부터 시행 예정이다.
한국은 정이 깊은 나라라는 게 많은 일본 사람들의 인식이다.
한국이 인터넷상에서도 깊은 정이 넘쳐나는 나라였으면 좋겠다. <일본어판 한국프로야구 가이드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