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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로이의 가깝고도 먼 한-일야구]지진 피해 일본야구, 평정을 찾아가고 있다

박진형 기자

기사입력 2011-05-02 12:47 | 최종수정 2011-05-02 12:47


동일본 대지진이 난 지도 2개월 가량이 지났다.

지금까지 일본프로야구는 전력 소비 문제로 수도권 구장의 야간경기를 자제하고 있었지만 5월부터는 평일에 밤경기가 재개된다. 큰 피해를 받은 미야기현 센다이시 연고의 라쿠텐은 4월29일에야 간신히 홈 개막전을 열기도 했다. 일본은 서서히 평정을 되찾고 있는 중이다. 그러나 어려운 현실이 끝난 것은 아니다.

지바 롯데의 홈구장인 지바현 지바시의 QVC 마린 필드는 지진 재해에 의한 직접적인 피해를 받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도 관중 전용 주차장은 이용할 수 없다. 야구장 주변인 가이힌 마쿠하리역에서 야구장까지 1㎞ 정도의 거리에는 여기저기서 융기나 함몰된 땅을 복구한 흔적이 있어 이번 지진 재해의 위력을 느낀다.

이 QVC 마린 필드에서 4월28일 열린 지바 롯데-오릭스전. 경기 전에 3루측에서 워밍업을 하던 박찬호와 이승엽(오릭스)을 김태균(지바 롯데)이 찾아갔다. 박찬호와 이승엽은 이틀 전인 26일에 사구를 맞은 김태균을 염려하며 잠깐 이야기를 나눴다. 일본에서 뛰는 한국 선수들은 이처럼 별 문제 없이 생활을 잘 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일본관광청은 4월27일 박찬호와 이승엽에게 한국을 겨냥한 일본 관광 홍보 촬영을 의뢰했다. 그러나 그런 메시지를 전하는 게 지금으로선 쉽지 않다. 전하는 방법에 따라서는 일본의 안전성을 강조하는 내용이 돼버려 만일 무슨 일이라도 날 경우 그에 대한 책임이 따를 수 있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박찬호는 홍보 촬영을 고사했고, 이승엽이 "일본에서 야구도 보고 관광도 즐기세요"라고 말하는 것으로 끝냈다.

일상으로 돌아가는 사람이 많아지는 한편, 쓰나미로 심대한 피해를 받은 지역의 부흥에는 긴 시간이 들 것으로 보인다. 필자는 지난달 이와테현 오츠치쵸에 재해 자원봉사차 방문했다. 마을 전체의 가옥이 없어지고 그 모습은 폭격을 받았던 것 처럼 보였다. 그것이 일부 지역이 아닌 넓은 범위로 퍼지고 있다. 또 다른 지역에서도 원전 사고의 영향을 걱정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일본 전체가 심각한 상황 아래 있는 건 아니다. 예를 들면 소프트뱅크의 본거지인 후쿠오카는 사고가 발생한 후쿠시마 제1 원전에서 약 1000㎞ 떨어져 있다. 이번 지진의 영향은 전혀 없다.후쿠오카는 서울에서 약 540㎞ 떨어져 있어 오히려 일본의 각 주요 도시보다 한국에서 더 가까운 장소다.

지난해 약 244만명의 한국 관광객이 일본을 방문했다. 그 숫자는 올해 큰 폭으로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지금부터 일본을 방문하려고 하는 사람은 '안심해도 되는지, 불안한 건지' 고민을 할 수도 있다. 그러나 막상 일본인들은 안심과 불안이 교차하는 가운데 일상을 유지하고 있다.


지금 일본의 상황을 '안전하다'라고 한마디로 단언하긴 어렵다. 하지만 안전과 불안의 밸런스를 판단해서 안전하다는 분위기가 더 짙어질 경우 이승엽이 말하는 것처럼 일본에서 야구를 보고 관광도 해 주셨으면 한다.

많은 일본인들은 한국인 관광객들을 진심으로 환영할 것이다. <일본어판 한국프로야구 가이드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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