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일본 대지진이 난 지도 2개월 가량이 지났다.
지금까지 일본프로야구는 전력 소비 문제로 수도권 구장의 야간경기를 자제하고 있었지만 5월부터는 평일에 밤경기가 재개된다. 큰 피해를 받은 미야기현 센다이시 연고의 라쿠텐은 4월29일에야 간신히 홈 개막전을 열기도 했다. 일본은 서서히 평정을 되찾고 있는 중이다. 그러나 어려운 현실이 끝난 것은 아니다.
이 QVC 마린 필드에서 4월28일 열린 지바 롯데-오릭스전. 경기 전에 3루측에서 워밍업을 하던 박찬호와 이승엽(오릭스)을 김태균(지바 롯데)이 찾아갔다. 박찬호와 이승엽은 이틀 전인 26일에 사구를 맞은 김태균을 염려하며 잠깐 이야기를 나눴다. 일본에서 뛰는 한국 선수들은 이처럼 별 문제 없이 생활을 잘 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일본관광청은 4월27일 박찬호와 이승엽에게 한국을 겨냥한 일본 관광 홍보 촬영을 의뢰했다. 그러나 그런 메시지를 전하는 게 지금으로선 쉽지 않다. 전하는 방법에 따라서는 일본의 안전성을 강조하는 내용이 돼버려 만일 무슨 일이라도 날 경우 그에 대한 책임이 따를 수 있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박찬호는 홍보 촬영을 고사했고, 이승엽이 "일본에서 야구도 보고 관광도 즐기세요"라고 말하는 것으로 끝냈다.
일상으로 돌아가는 사람이 많아지는 한편, 쓰나미로 심대한 피해를 받은 지역의 부흥에는 긴 시간이 들 것으로 보인다. 필자는 지난달 이와테현 오츠치쵸에 재해 자원봉사차 방문했다. 마을 전체의 가옥이 없어지고 그 모습은 폭격을 받았던 것 처럼 보였다. 그것이 일부 지역이 아닌 넓은 범위로 퍼지고 있다. 또 다른 지역에서도 원전 사고의 영향을 걱정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일본 전체가 심각한 상황 아래 있는 건 아니다. 예를 들면 소프트뱅크의 본거지인 후쿠오카는 사고가 발생한 후쿠시마 제1 원전에서 약 1000㎞ 떨어져 있다. 이번 지진의 영향은 전혀 없다.후쿠오카는 서울에서 약 540㎞ 떨어져 있어 오히려 일본의 각 주요 도시보다 한국에서 더 가까운 장소다.
지난해 약 244만명의 한국 관광객이 일본을 방문했다. 그 숫자는 올해 큰 폭으로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지금부터 일본을 방문하려고 하는 사람은 '안심해도 되는지, 불안한 건지' 고민을 할 수도 있다. 그러나 막상 일본인들은 안심과 불안이 교차하는 가운데 일상을 유지하고 있다.
지금 일본의 상황을 '안전하다'라고 한마디로 단언하긴 어렵다. 하지만 안전과 불안의 밸런스를 판단해서 안전하다는 분위기가 더 짙어질 경우 이승엽이 말하는 것처럼 일본에서 야구를 보고 관광도 해 주셨으면 한다.
많은 일본인들은 한국인 관광객들을 진심으로 환영할 것이다. <일본어판 한국프로야구 가이드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