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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OK저축은행이 끝내 올시즌 최하위 확정이란 현실에 직면했다. 오기노 마사지 감독의 모험은 기념비적인 대실패로 끝났다.
아포짓으로 돌아온 신호진(18득점), 신예 아웃사이드히터 김건우(17득점)가 분투했지만, 67득점을 합작한 KB손해보험의 비예나-나경복-야쿱 삼각편대를 이겨내기엔 역부족이었다. 실질적인 '기량 미달' 판단 속 잠깐씩 기용된 외국인 선수 크리스에 대한 아쉬움만 더욱 진하게 남았다.
'V리그의 왕' 레오와의 재계약 포기로 시작해 그 빈자리만 절실하게 느끼다 끝난 시즌이었다. 외인 뽑기마저 실패를 거듭했기에 그림자가 더 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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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시즌 도중 팀 운영 기조를 레오에게 최적화된 배구로 바꿨고, 그 결과 아쉽게 우승 목전에 멈췄지만 챔프전 진출이란 성과를 이뤄냈다.
하지만 추구하는 스타일이 다른 두 사람의 결별은 예정된 일이었다. 오기노 감독은 프런트의 반대를 무릅쓰고 재계약 포기를 선언했고, 레오는 3년간의 OK저축은행 생활을 청산하고 다시 V리그 외국인선수 트라이아웃을 신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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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암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현대캐피탈에 새 둥지를 튼 레오는 허수봉 최민호 전광인 신펑 등과 함께 '행복배구'를 만끽하며 챔프전 직행을 일찌감치 확정지었다. 허수봉과 함께 시즌 MVP 후보다.
반면, 레오 잃은 OK저축은행은 허망하게 침몰했다.
시즌 전 트레이드로 미들블로커 차영석을 영입하려 했지만, 카드였던 곽명우의 개인사로 무산되면서 또 한번 스텝이 꼬였다. 신인 1라운드 지명권을 희생하며 영입한 노장 진성태 영입도 결과적으로 실패였다. 하필 그 지명권이 2%의 희박한 확률을 뚫고 전체 1번픽으로 뽑혔다. 한선수-유광우의 노쇠화를 걱정하던 대한항공에게 최고 유망주 세터 김관우를 선물한 꼴이니 더욱 배가 아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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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선수 선발도 불운이 거듭됐다. 부진했던 루코니를 크리스로 교체하고, 부상으로 시즌아웃된 아시아쿼터 장빙롱 대신 사령탑의 요청에 따라 하마다 쇼타를 영입하는 등 구단은 현장의 요구를 최대한 들어주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국내 선수들은 성장했다.
데뷔 3년차 신호진이 팀의 대들보로 거듭났고, 2년차 김건우의 성장세도 눈부셨다. 미들블로커 박창성도 확실한 존재감으로 중앙 한자리를 꿰찼다.
팀 디그 1위, 리시브 4위, 수비 2위에 최소 범실까지, 오기노 감독의 조련은 OK저축은행의 수비를 한차원 끌어올렸다. 하지만 외국인 선수의 부진 속 공격 전 부문에서 6~7위에 그쳤고, 2017~2018시즌 이후 7년만의 최하위는 피할 수 없는 결과였다. 블로킹마저 세트당 평균 2.285개로 리그 꼴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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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카드 알리, KB손해보험 야쿱, 삼성화재 파즐리, 현대캐피탈 신펑 등 아시아쿼터 공격수가 대세로 자리잡은 흐름 속 검증된 세터 이민규 대신 굳이 쇼타를 영입한 오기노 감독의 선택도 의문이었다. 쇼타의 안정감과 별개로 공격 옵션의 부족은 쇼타 영입 후 3승11패라는 결과로 돌아왔다.
결국 OK저축은행은 4라운드 전패의 수모를 당하는 등 단일 라운드 최다 승수가 2승에 불과한 암담한 한 해를 보냈다. 시즌중 몇차례 현장을 찾은 최윤 구단주는 좀처럼 웃지 못했다.
OK저축은행 관계자에 따르면 오기노 마사지 감독은 패배 직후 특별한 코멘트 없이 "모든 것은 내 책임"이라는 자책만 남겼다.
OK저축은행은 오는 15일 삼성화재와 마지막 홈경기를 치른다. 공교롭게도 최종전은 20일 현대캐피탈전과의 천안 원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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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