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에 남을 명승부, 34-36 2세트 패배, 정관장은 졌지만 이긴 거였다 왜? [대전 현장]

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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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5-04-05 11:20


역사에 남을 명승부, 34-36 2세트 패배, 정관장은 졌지만 이긴 거였…
4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열린 여자배구 챔피언결정전 정관장과 흥국생명의 3차전. 정관장이 세트스코어 3대2 역전승을 거뒀다. 부키리치, 염혜선 등 선수들이 환호하고 있다. 대전=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5.4.4/

[대전=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진 게 이긴 거였다고?

정관장과 흥국생명의 챔피언결정전 3차전. 2세트는 배구 역사에 남을만한 명승부였다. 듀스에 듀스, 역전에 재역전. 36-34 흥국생명의 승리. 흥국생명 슈퍼스타 김연경이 마지막 연속 득점으로 세트를 따내는 것도 극적이었고, 김연경과 정관장 주포 메가의 1대1 쇼다운 공격 매치도 흥미로웠다.

이 극적인 승부, 흥국생명이 가져가며 시리즈가 쉽게 정리되는 듯 했다. 1, 2차전을 흥국생명이 이겼다. 안그래도 챔피언결정전에 직행해 체력에서 우위였는데, 3차전 1세트도 이긴 마당에 그 '피의 혈투'에서 2세트까지 잡았다. 누가 봐도 정관장이 포기하는 수순이었다. 정관장 선수들이 힘들어한다 해도, 누구 하나 뭐라할 수 없는 순간이었다.

그런데 이게 웬일. "한 세트라도 이겨보자"는 독려를 들은 정관장 선수들의 눈은 3세트에도 독기가 보였다. 그리고 3세트 초반부터 앞서나가며 세트를 가져왔다. 마지막 반란이라고 생각됐다. 그런데 4세트에도 정관장의 기세는 이어졌다. 반대로 흥국생명 선수들의 발은 무거워졌다. 특히 김연경이 지쳐 보였다. 무릎을 잡는 모습이 자주 보였다. 1세트 7점, 2세트 14점을 몰아친 김연경은 3세트 2득점, 4세트 3득점에 그쳤다.


역사에 남을 명승부, 34-36 2세트 패배, 정관장은 졌지만 이긴 거였…
4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열린 여자배구 챔피언결정전 정관장과 흥국생명의 3차전. 정관장이 세트스코어 3대2 역전승을 거뒀다. 고희진 감독이 메가, 부키리치와 하이파이브하고 있다. 대전=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5.4.4/
이렇게 분위기가 바뀌어 버리니 흥국생명도 손을 쓸 수 없었다. 더군다나 정관장 홈이었기에, 뜨거워지는 응원 열기에 흥국생명 선수들은 더 기가 죽을 수밖에 없었다. 극적인 리버스 스윕. 정관장은 우승을 한 것처럼 기뻐했다.

그런데 사실 정관장 선수들도 정상이 아니다. 플레이오프 3경기를 치렀다. 여기에 부상병동이다. 염혜선, 노란은 당장 뛰기도 힘든 상황이고 메가도 무릎이 아프다. 부키리치와 박은진은 발목 부상이 회복된 후 100%가 아니다. 정규리그 후 오래 쉰 흥국생명 선수들보다 훨씬 불리하다. 그래도 경기 후반 더 무서운 집중력을 보여줬다.


역사에 남을 명승부, 34-36 2세트 패배, 정관장은 졌지만 이긴 거였…
4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열린 여자배구 챔피언결정전 정관장과 흥국생명의 3차전. 정관장이 세트스코어 3대2 역전승을 거뒀다. 선수들이 환호하고 있다. 대전=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5.4.4/
염혜선은 "고희진 감독이 거의 울먹이며 찬사를 보냈다. 얼마나 아픈가"라고 묻자 "감독님이 우신만큼 아?다고 생각하시면 된다"고 말하며 웃었다. 노란도 "연습은 못한다. 시합만 뛴다. 남은 시간은 치료에만 힘쓴다"고 말했다.

"흥국생명 선수들이 후반 지친 게 보였나. 반대로 정관장 선수들은 힘들지 않았나"라는 질문에 염혜선은 "5세트에는 누가 봐도 우리가 우월했다는 걸 각인시킨 것 같다. 체력적으로 지치지 않았다는 걸 증명했다. 물고 늘어지면 늘어질수록 우리한테 유리한 결과가 오지 않을까 싶었다. 우리는 비시즌 체력 운동을, 정말 많이 했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역사에 남을 명승부, 34-36 2세트 패배, 정관장은 졌지만 이긴 거였…
4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열린 여자배구 챔피언결정전 정관장과 흥국생명의 3차전. 2세트를 아쉽게 내 준 정관장 선수들이 아쉬워하고 있다. 대전=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5.4.4/

2세트 치명적 패배가 뼈아파보일 수 있었지만, 그 때 김연경과 흥국생명 선수들의 체력이 빠진 게 '독한 팀' 정관장에는 반전 기회를 만들 수 있는 것이었다. 고 감독도 "3세트 초반 앞서나가는 모습을 보며 해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설명했다.

염혜선의 마지막 코멘트가 흥국생명을 떨게 할 수 있다. 염혜선은 "내가 챔피언결정전을 앞두고 김연경 선수 '라스트 댄스'를 방해하는 악역이 될 거라 했는데, 일단 오늘 경기는 악역을 성공했다"고 말하며 "원래 드라마 악역은 1회부터 안 나온다. 이제 우리 역할이 시작되지 않았나 싶다"고 당차게 밝혔다.


대전=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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