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스포츠조선 이종서 기자] 왕조는 하루 아침에 만들어지지 않았다. 전무후무 통합 4연패. 아무도 가지 않았던 길을 대한항공 점보스가 열었다.
올 시즌 대한항공은 그 어느 때보다 비장하게 시즌을 맞이했다.
'배구 명가'로 불렸던 삼성화재가 달성했던 통합 3연패(2011~2012, 2013~2013, 2013~2014)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조원태 구단주의 전폭적인 지지 속에 현장과 프런트는 각자의 자리를 존중하며 소통을 이어오면서 대한항공은 탄탄한 전력을 꾸준하게 유지할 수 있었다.
역대 V리그에서 아무도 달성하지 못했던 '통합 4연패'를 앞두고 대한항공은 "새로운 역사를 쓰겠다"고 출사표를 던졌다.
|
대한항공은 '신구조화'가 가장 잘 이뤄진 팀이다. 고참 선수에게는 확실하게 대우를 해 '프랜차이즈 스타'로 만들었다. 이들을 따라갈 수 있는 젊은 선수를 뽑아 성장시켰다.
세터 한선수를 비롯해 정지석 곽승석 등 3연속 통합우승을 이끈 국가대표 선수가 굳건하게 있다. 여기에 임동혁 정한용 김민재 등 '젊은 피'는 이들을 롤모델로 삼아 매년 가파른 성장세를 보여줬다. 또한 이제는 '중참'이 된 임동혁은 갓 입단한 신인급 선수에게 멘토 역할을 자처하면서 성장을 도왔다.
유기적으로 흐름이 이뤄지면서 대한항공은 '두 팀을 구성할 수 있겠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7개 구단 중 가장 탄탄한 선수층을 보유할 수 있게 됐다.
|
젊은 선수의 경우 탄탄한 선배 라인에 코트에 나서는 시간이 줄어들기도 했지만, 이들의 플레이를 보는 것만으로 의미있는 시간이었다. 대학 시절 최고의 활약을 펼쳤던 이들이지만, 리그 최고의 선수가 뛰고 있는 대한항공에서 프로의 벽을 실감하며 더 날을 갈게 된 계기였다. "훈련이나 경기를 통해서 선배들과 계속해서 경쟁하다 보니 나도 모르게 자연스럽게 느는 것이 많다. 기술적인 것도 있지만 멘털적으로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는 정한용의 말은 이유가 있었다.
구단은 확실하게 선수에게 '프로 의식'을 심어줬다. 출퇴근 시간에 자유를 줬고, 관리 및 비시즌 훈련 많은 부분을 선수에게 맡겼다. 구단으로서는 불안할 수도 있는 선택. 그러나 자칫 자리가 없어질 수 있는 상황에서 선수들은 두 세배의 노력을 기울였다.
치열한 순위 싸움에서 대한항공이 무너지지 않았던 비결이다. 올 시즌 V리그 남자부는 삼성화재와 한국전력, 우리카드, OK금융그룹, 현대캐피탈 등이 라운드별로 돌풍을 일으켰다.
반면 대한항공은 치명적인 위기를 맞이하기도 했다. '에이스' 정지석이 허리 부상으로 3라운드에야 복귀했다. 3시즌 째 동행을 이어온 링컨까지 시즌 중반 허리 통증을 호소하며 이탈했다. 이례적으로 4연패에 빠지는 등 험난한 정규리그 레이스를 펼쳤다.
두터운 선수층은 그 때마다 버팀목이 됐다. 정지석이 빠진 동안 정한용이 역할을 했고, 외국인 선수의 공백은 임동혁이 완벽하게 채웠다.
프런트의 결단력도 빛났다. 링컨이 부상으로 빠지자 대한항공은 곧바로 대체 외국인선수로 무라드를 준비했다.
|
막심은 챔피언결정전에서 확실한 공격 옵션으로 활약했다. 막심은 1차전에서 20득점 공격성공률 44.44%를 기록했고, 2차전에서는 19득점 공격성공률 50%로 1,2차전 승리에 힘을 보탰다.
대한항공은 '하늘은 준비하는 자에게 기회를 준다'는 말을 통합 4연패 달성으로 증명했다.
누구 하나 빠진다고 무너지는 것이 아닌 누구든 기회를 잡을 수 있는 대한항공의 구조는 통합 4연패가 '역사의 완성'이 아닌 5연패, 6연패를 바라볼 수 있는 굳건한 원동력이 되기에 충분하다.
이종서 기자 bellstop@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