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틸리카이넨 감독 "우리 배구 보시고 기쁨과 행복, 영감 얻길"
2일 OK금융그룹과 챔피언결정 3차전에서 세트 점수 3-2로 승리하고 남자배구 '왕조의 시작'을 선포한 대한항공은 그렇게 뜨거운 밤을 보냈다.
이제 대한항공이 느낀 환희의 순간은 '어제 내린 눈'이 됐다.
시즌을 완전히 마친 대한항공 선수단은 잠시 휴가를 보낸 뒤 2024-2025시즌 준비에 들어갈 예정이다.
대한항공의 2023-2024시즌 목표는 단 하나, 4회 연속 통합 우승이었다.
2022-2023시즌 우승으로 삼성화재가 보유한 3회 연속 통합 우승과 어깨를 나란히 했던 대한항공은 프로배구 역사를 새로 쓰겠다는 목표 하나만 바라보고 긴 시즌을 치렀다.
주전 선수의 줄부상에도 정규리그에서 극적으로 1위를 차지하고, 챔피언결정전은 3경기 만에 모든 일정을 마무리해 모든 목표를 이뤘다.
대한항공 선수들은 입을 모아 '가장 힘든 시즌을 보냈다'고 말한다.
아포짓 스파이커 임동혁은 "이번이 프로 7년 차인데, 7번의 정규리그 가운데 가장 스트레스가 심했다. (순위 싸움이 치열했기에) 우리 경기 끝나도 다른 팀 경기를 봐야 했다. 쉬는 날에는 제대로 쉬고 싶은데, 배구 보면서 스트레스받았다"고 했다.
이어 "우리는 2위만 해도 실패했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다른 팀도 물론 힘들었겠지만, 저희가 가장 힘들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웃사이드 히터 정지석 역시 "우승해야만 성공하는 시즌이었다. 이 압박감에서 벗어나고 싶지만, 힘들 것 같다"면서 "(연속 우승이) 한 번 끊어졌다가 다시 하면 홀가분할 것 같다"며 속내를 밝혔다.
워낙 큰 긴장감으로 시즌을 전력 질주했기에 우승을 달성한 뒤 느끼는 허탈감도 작지 않다.
이미 '통합 4연패'라는 프로배구 사상 최초의 이정표를 세운 대한항공 선수들은 다음 목표를 찾아 헤맨다.
챔피언결정전 최우수선수(MVP)가 된 정지석은 "동기부여가 중요하다. 목표를 찾는 게 목표"라면서 "건방진 소리일 수 있지만, 제가 받을 수 있는 상은 다 받아서 나태해질까 봐 (한)선수 형이 '넌 아직 그 정도 아냐'라고 채찍질했다"고 말했다.
고충과 함께 목표 찾기가 어렵다는 걸 살짝 내비친 선수단과는 달리, 토미 틸리카이넨 대한항공 감독은 우승 직후에도 또 우승 이야기를 꺼냈다.
틸리카이넨 감독은 "저희는 다음 시즌에 경기를 질 생각이 없다. (모든 경기에서 이긴다는) 제 계산대로 된다면, 통합 우승을 계속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농담 속에 진심을 담았다.
이어 "휴가가 끝나고 복귀하면 열심히 운동할 것이다. 조미료를 첨가해야 다음 시즌 더 강한 모습으로 돌아올 수 있다. 저희 배구를 보는 분들이 기쁨과 행복, 영감을 얻으면 더 행복할 것 같다"고 새로운 목표를 설정했다.
4bun@yna.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