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챔피언결정전 활약으로 개인 통산 2번째 MVP…"행운의 여신이 저희 편"
항저우 아시안게임 국가대표로 소집됐다가 허리를 다쳐 정규리그 3라운드가 돼서야 복귀했고, 그마저도 정상적인 컨디션이 아니었다.
부진을 거듭하다가 챔피언결정전에서야 제 실력을 발휘하며 날아오른 대한항공 '에이스' 정지석은 "지금은 말할 수 있다. 너무 힘들었다"고 솔직히 고백했다.
정지석은 2일 안산 상록수체육관에서 열린 OK금융그룹과 챔피언결정 3차전에서 팀에서 가장 많은 18점을 내 세트 점수 3-2 승리를 견인했다.
정지석이 든든하게 한쪽 날개를 맡아준 덕분에, 대한항공은 시리즈 전적 3전 전승으로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차지했다.
프로배구 사상 최초로 4연속 통합 우승(정규리그 1위·챔피언결정전 우승)팀이 탄생한 순간이다.
시즌 내내 힘든 내색을 하지 않았던 정지석은 우승 목걸이를 걸고 난 뒤에야 솔직하게 속내를 밝혔다.
정지석은 "(부상 때문에) 시작이 늦어서 시즌 흐름을 파악하지 못했다. 팀은 한창 전쟁 중인데 혼자서 '여긴 어디지' 싶었다"며 "동료들은 실수 하나만 해도 자책하는데 난 범실하고 '괜찮아, 몸 상태 올리고 있을게' 이러고 있으니 한심하다는 생각도 들었다"고 했다.
"'이번 시즌은 끝난 건가' 하는 생각에 바닥으로 자존심 뚫고 들어갔다"고 털어놓은 그는 "주변에서 '몸은 준비됐고, 자신감만 얻으면 된다. 여기서 자신감을 못 찾는다면 에이징 커브(노화로 인한 기량 감퇴)가 올 수 있다'고 했다. 팀이 흔들릴까 봐 내색은 못 했다"며 마음고생을 털어놨다.
이날도 정지석은 경기 초반 공격이 잘 풀리지 않다가 경기 막판에 가서야 결정적인 블로킹으로 승리에 힘을 보탰다.
정지석은 "초반에 안 좋았지만, 마인드컨트롤 해서 5세트까지 정신력으로 끌고 갔다. 행운의 여신이 저희 편을 들어줬다"고 돌아봤다.
팀을 우승으로 견인한 정지석은 2020-2021시즌에 이어 개인 통산 두 번째 챔프전 MVP에 올랐다.
정지석은 "(임)동혁이가 (정규리그와 챔프전) 통합 MVP를 노렸다. 이번에도 동혁이를 위한 무대였지만, 그걸 빼앗은 것 같아서 미안하다. 동혁이도 아쉬울 것"이라면서도 "첫 번째보다 이번에 받은 두 번째 MVP가 더 좋다"며 미소를 보였다.
함께 인터뷰에 참석한 임동혁은 "지석이 형이 챔프전을 얼마나 열심히 준비했는지 봤다. 그래도 챔프전에 제 기량이 나와서 다행"이라면서 "저는 지석이 형만큼 탁월하게 경기를 풀어가지 못했다. 누가 MVP 받든 이긴 것에 의미를 두겠다. 저는 정규리그 MVP 받으러 가겠다"며 웃으며 넘겼다.
정지석이나, 대한항공이나 이번 시즌은 험난했다.
정지석은 부상 때문에, 대한항공은 정지석을 비롯한 주전 선수의 줄부상으로 고전을 면치 못했다.
정지석은 "다른 팀에 2등은 좋은 성적이지만, 계속 우승한 우리에게는 실패처럼 느껴진다. 이 압박감에서 벗어나고 싶어도 힘들 것 같다"고 솔직하게 말한 뒤 "한 번 (연속 우승이) 끊어졌다가 다시 하면 홀가분할 것 같다"면서 부담감을 토로하기도 했다.
4bun@yna.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