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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찬 감독과 결별, 우승 위한 결정…팬 목소리 존중" 흥국생명 新단장의 이상한 답변 [인터뷰]

김영록 기자

기사입력 2023-01-05 18:52 | 최종수정 2023-01-05 19:58


5일 인천 삼산체육관에서 배구 V리그 여자부 흥국생명과 GS칼텍스의 경기가 열렸다. 평소와 다름없이 몸을 풀고 있는 김연경. 인천=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2023.01.05/

[인천=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모기업의 의지로 이뤄진 단장과 사령탑의 동시 사퇴. 새롭게 단장의 책무를 짊어진 이에겐 해명의 소명이 주어졌다. 하지만 현실은 갈길 잃은 말이 허공을 떠돌았을 뿐이다.

흥국생명은 5일 인천 삼산체육관에서 도드람 2022~2023시즌 V리그 4라운드 GS칼텍스전을 치른다.

지난 2일 권순찬 전 감독과 결별한 이후 흥국생명의 첫 경기다. 권 전 감독의 퇴진 진 마지막 경기는 지난달 29일 1위 현대건설전 승리다. 시즌 전만 해도 '우승'을 쉽게 말하지 못했던 김연경은 시즌 절반이 지나면서 "우승 한번 노려보겠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흥국생명 선수단은 1일까지 새해 단체 휴가를 누렸다. 그리고 시무식에 앞서 단장과 감독의 동반 사퇴라는 리더십 교체에 직면했다.

이날 양팀 사령탑의 브리핑이 끝난 뒤 신용준 신임 단장이 인터뷰실에 들어섰다. 흥국생명 영업본부장 출신인 그는 2015~2016시즌 한차례 단장직을 역임했던 인물이다.

신 단장은 "시즌 중 단장과 감독의 동시 사퇴가 있어 죄송하다. 추후 좋은 경기로 선수들이 최선을 다할 수 있도록 배구단을 물심양면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취재진과의 Q&A 시간이 이어졌다.

김여일 전 단장의 사령탑에 대한 특정 선수 기용 지시와 그 갈등을 향한 집중 추궁이 이어졌다. 신 단장은 "선수 기용이 아니라 선수단 운영 문제로 두 사람 사이에 갈등이 있었던 게 사실이다. 특히 (김연경과 옐레나를 함께 전위에 세우는)로테이션 문제에 있어 의견 대립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흥국생명 신용준 신임 단장. 김영록 기자
언뜻 이해가 되지 않는 답변이다. 배구선수의 로테이션은 감독의 고유권한이자 전략적인 한수다. 사령탑의 기량을 보여주는 척도이기도 하다. 이에 대한 추궁이 시작되자 신 단장은 "온지 얼마 안되서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그렇게 알고 있을 뿐"이라며 대답을 피했다.


이어 갑자기 "팬들도 (권 전 감독에게)불만이 많았다. 프로팀이 팬 없이 존재할 수 있나. 팀으로선 김연경이 있을 때 우승하기 위해 내린 선택이다. 내가 파악하기론 갈등은 로테이션 문제 하나"라고 주장했다.

이어 팬들의 의사를 어떻게 취합했냐고 묻자 "유튜브도 봤고, 따로 주변 사람들한테 들은 이야기도 있었던 걸로 안다"며 난감한 답변을 이어갔다. 배구 전문가인 감독보다 팬들의 의견을 중요한가 묻자 답변을 피했다.

그렇다면 신 단장은 '경기중 로테이션'에 대해 단장이 충분히 개입할 수 있는 문제라고 생각하는 걸까. 그는 "로테이션 논의는 우승을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충분히 소통할 수 있는 부분이다. 선수 기용이 아닌 선수단 운영 차원"이라면서도 "난 그렇게 할 생각이 없다. 그저 선수단과의 소통을 통해 우승을 돕는 역할"이라고 덧붙였다.


V리그 여자부 현대건설과 흥국생명의 경기가 29일 수원실내체육관에서 열렸다. 흥국생명 권순찬 감독이 작전지시를 하고 있다. 수원=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2022.12.29/
결국 전 감독의 경질은 전 단장과의 개인적 트러블이며, 이를 두고보지 못한 구단 측이 '중재자'적 입장에서 양쪽을 모두 해임시켰다는 얘기다. '감독과의 방향성 차이로 결별하기로 했다'던 공식 보도자료와는 배치되는 얘기다.

신 단장은 '태광산업 오너(이호진 회장)의 의지가 아니냐'는 날선 질문에는 "배구단 구단주는 흥국생명 (임형준)대표"라고 답했다. 이어 "흥국생명 사람들 중에 배구에 관심없는 사람 없다. 난 과거 단장으로서 김미연 김해란 김연경 등 선수들과 유대관계가 있었기 때문에 (선수들이)잘 이해해주는 편이다. 2일 부임 직후 선수단과 만난 이유"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어 "우린 우승하기 위해 팀을 운영한다. 그래야 선수들도 대접받을 수 있다"고 답했다. 전임 감독은 우승을 원하지 않았다는 걸까. 신 단장은 "누가 거짓말을 했다 안했다 마녀사냥식으로 얘기할 순 없다"며 답변을 피했다.

다만 차기 감독에 대해서는 "가능한 빠르게, 하지만 신중하게 선임하겠다. 새 사령탑의 철학과 노하우에 맞게 지원하겠다"고 답했다. 권 전 감독에 대해서는 "다른 데 취업하거나 하지 않으신다면 계속 고문 대우를 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인천=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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