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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날인데…" 툭 불거진 '이재영 이슈'에 묻힌 개막열기. 배구인들의 한숨 [청담현장]

김영록 기자

기사입력 2022-10-20 11:00 | 최종수정 2022-10-20 11:31


2022-2023 프로배구 V리그 여자부 미디어데이가 19일 청담동 리베라호텔에서 열렸다. 현대건설 이다현, 도로공사 박정아,GS칼텍스 강소휘, KGC인삼공사 이소영, IBK기업은행 김수지, 흥국생명 김연경, 페퍼저축은행 이고은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청담동=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2022.10.19/

[청담동=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개막 열기가 차갑게 식어버렸다. 배구계가 한숨으로 가득 찼다.

한국배구연맹(KOVO)이 주최한 도드람 2022~2023시즌 여자배구 미디어데이가 그랬다. 오는 22일 개막하는 새 시즌을 알리는 행사다. 하지만 페퍼저축은행이 무적 신분인 이재영과 접촉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난장판이 됐다.

지난해는 경기 외적인 이슈로 인한 한국 여자배구의 암흑기라 할만했다. V리그 슈퍼스타였던 '배구 쌍둥이' 이재영-이다영 학폭 논란에 이어 코치의 하극상 논란도 있었다. 정규시즌 경기전 브리핑에 임하는 사령탑들이 관련 이슈에 대한 자신의 입장부터 밝혀야하는 경우도 있었다.

당시 코칭스태프들을 비롯한 배구 관계자들은 "난 배구인이다. 선수 시절부터 아침에 일어나면 오늘 무슨 배구기사가 나왔나 읽어보는 게 일상"이라면서 "요즘 같아선 배구 기사를 찾아보고 싶은 생각이 안 든다. 리스트에 온통 우울한 얘기들 뿐이니까. 매일매일 경기를 치르는 사람도 힘이 안 난다"고 하소연하곤 했다.


이재영 영입을 검토 중인 페퍼저축은행을 규탄하는 트럭 시위. 연합뉴스
10월 19일도 배구인들에겐 그런 날로 남지 않을까. 이재영의 복귀 가능성에 발끈한 팬들이 '무력 시위'에 나섰다. 화살은 비단 이재영만을 향하지 않았다. '학폭 가해자 아웃, 복귀 돕는자 아웃, '배구 코트 위에 학폭 가해자의 자리는 없다' 등 강도높은 항의문구는 이재영 영입을 추진한 페퍼저축은행도 가리켰다. 미디어데이 행사가 열린 청담 리베라호텔 외에 페퍼저축은행 본사, 연고지 광주의 시청 건물에도 조화 화환이 배달됐다.

이재영의 복귀를 원하는 팬들도 지지 않았다. 이들 역시 '복귀를 응원한다'는 문구가 담긴 화려한 화환으로 자신들의 의사를 전했다.

그 결과 오랜 상처로 남은 학폭 이슈가 다시 '끌올'돼 기사가 쏟아졌다. 현장에서 만난 배구인 중에도 이재영에 대해 "가능하다면 사과 등 모든 절차를 치르고 복귀했으면 좋겠다"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사과한 뒤에는 반대하는 사람이 없겠나. 또 이 난리가 날 텐데, 복귀고 뭐고 생각하기도 싫다"는 입장도 적지 않았다. 다만 "왜 하필 지금이냐"는 심경은 같았다.

잔칫상을 엎어버린 격이다. 애써 행사를 준비한 연맹과 사령탑, 선수들의 노력도 허사가 됐다.


이재영은 동생 이다영과 함께 지난해 2월 중학교 시절 저지른 학교폭력 사실이 밝혀졌다. 국가대표 자격이 박탈됐고, 무기한 출전정지 자체 징계도 내려졌다. 이후 보류선수에서 제외되며 자유신분 선수가 됐다.


사진제공=이재영 팬클럽
하지만 사과나 반성은 없었다. 했던 사과는 "구단에서 강요한 것"이라며 취소했다. 함께 그리스리그로 떠났다. 그렇게 배구팬들을 등졌다.

잘 풀렸으면 좋았겠지만, 두 사람 모두 해외에서 받을 수 있는 연봉은 그리 크지 않다. 그나마 이다영은 루마니아리그로 이적하는 등 자리를 잡고 있지만, 이재영은 지난해 11월 귀국해 무릎 부상 회복에 전념하고 있다.

페퍼저축은행 측은 구체적인 영입 논의가 오간 적은 없으며, 차후 다시 만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김형실 페퍼저축은행 감독도 "선행돼야할 과정이 있다. 배구 팬들과의 (이재영 복귀에 대한)공감대 형성이 먼저 이뤄졌어야한다. 이재영의 공개적인 사과와 반성 같은 조건이 갖춰져야한다"면서 "개막도 하기 전에 안 좋은 일이 생겼다. 배구인으로서 죄송하다"는 속내도 전했다.


청담동=김영록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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