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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탈 속 풀세트 완주' 외인 "나보다 동료들이 더 집중", 삼성화재 5연패 '안녕'[대전 토크]

박상경 기자

기사입력 2022-01-06 01:18 | 최종수정 2022-01-06 03:19


◇카일 러셀. 사진제공=KOVO

[대전=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러셀에게 고맙다. 아마 많이 힘들었을 거다."

5일 대전충무체육관. KB손해보험과 풀세트 접전 끝에 지긋지긋한 5연패에서 탈출한 삼성화재 고희진 감독은 외국인 선수 카일 러셀에 대해 묻자 이렇게 말했다. 이날 러셀은 서브에이스 3개와 블로킹 1개 포함 35득점을 하면서 팀의 세트스코어 3대2 승리를 이끌었다. 1세트부터 5세트까지 2시간 반 가량 코트를 종횡무진 했다.

고 감독은 "사실 오늘 경기 전 러셀이 배탈이 났다"고 털어놓았다. 이어 "경기 중간에 (코트에서) 나올 줄 알았는데, 끝까지 경기를 책임져주는 모습에 정말 고마웠다. 아마 많이 힘들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러셀은 "자세히 설명할 순 없지만 배탈 증세가 있긴 했다"며 "팀이 승리할 수 있어 기분 좋은 날이다. 내 활약도 있었지만, 오늘은 특히 동료들이 집중력 있는 경기력을 보여줬기 때문에 우리 팀이 승리할 수 있었다고 본다"고 승리의 공을 동료들에게 돌렸다.

지난 시즌 한국전력에서 뛰다 V리그를 떠났던 러셀은 올 시즌을 앞두고 열린 외국인 트라이아웃에 재도전, 삼성화재 유니폼을 입었다. V리그 데뷔 시즌 36경기 연속 서브에이스를 기록할 정도로 서브엔 일가견이 있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경기력 기복을 극복하지 못했다. 2m5의 탁월한 체격과 미국 대표팀 상비군으로 꼽힐 정도로 뛰어난 기량을 갖추고 있음에도, 코트 안에서 지워지지 않는 기복 속에 자신감도 살리지 못한다는 아쉬움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주 포지션인 라이트에서 뛰는 올 시즌 삼성화재에선 지난 시즌보다 좋아질 것으로 기대됐지만, 경기력 기복은 쉽게 지우지 못했다. 3라운드 한때 러셀이 경기 중 고 감독으로부터 질책을 받는 장면이 TV중계에 포착되기도 했다.

러셀을 향한 고 감독의 애정엔 변함이 없다. 그는 "(러셀은) 우리 팀원이고, 우리 선수다. 못할 때도 있지만, 잘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게 내 역할"이라며 "러셀이 잘 안될 땐 내 탓, 잘할 때는 칭찬하면서 올 시즌을 잘 마무리하고 싶다"고 말했다. 또 "러셀도 범실이 늘어날 때 미안해 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최근 러셀에게 '더 잘할 수 있다. 내가 도와주겠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러셀이 자신감을 더 찾고 스스로 좋은 선수라는 걸 증명해 보였으면 좋겠다"고 했다. 러셀은 KB손해보험전에서 이런 고 감독의 신뢰에 화답하는 듯 온전한 몸 상태가 아님에도 주포 역할을 하면서 팀 연패 사슬을 끊었다.

러셀은 앞서 고 감독으로부터 질책을 받았던 장면을 돌아보며 "그날 내 경기력이 안 좋았다. 감독님의 경고를 겸허히 받아들이려 했다"며 "'더 좋은 경기력을 보여줘야 한다'는 동기부여가 된 부분도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시즌 V리그에서 뛴 경험이 도움이 되고 있다. 외국인 선수에게 요구하는 마음가짐을 잘 알고 있다. 최대한 마음을 비우고 공 하나하나에 집중하며 뛰고 있다"고 강조했다.

삼성화재는 KB손해보험전 승리로 임인년 첫 승리를 안았다. 여전히 최하위 자리에 머물러 있지만, 고 감독의 신뢰와 러셀이 보여준 투혼은 밝은 미래를 기대케 하기에 충분했다.


대전=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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