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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천=스포츠조선 김진회 기자] 장병철 한국전력 감독은 비 시즌 동안 선수 구성에 상당히 애를 썼다. 2019~2020시즌 정규리그 경험한 꼴찌에서 교훈을 얻었다. 장 감독은 "지난 시즌은 상상하고 싶지 않은데 준비가 많이 부족했던 것 같다. 선수 구성도 그렇고, 지도 방법도 많이 깨우친 것이 있다"고 설명했다. 장 감독은 퍼즐을 끼워맞추듯 '제로 베이스'에서 시작했다. 그 첫 번째가 자유계약(FA) 박철우 영입이었다. 그 동안 한국전력은 좀처럼 외부 FA를 수혈하지 않고 젊은 선수들의 성장만 바랐다. 젊은 피들은 시행착오만 겪을 뿐 성장이 더뎠다. 당연히 팀 성적은 만년 하위권을 맴돌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박철우에게는 과감하게 투자했다. 서른 다섯이란 적지 않은 나이지만, 몸 관리와 프로 정신이 투철한 박철우에게 3년 21억원이란 거액으로 빅 네임을 얻었다. 국가대표 라이트 공격수가 확보되자 외국인 공격수를 레프트로 뽑을 수 있었다. 그래서 지난 5월 비대면 트라이아웃을 통해 선택한 선수가 미국 국가대표 카일 러셀(27)이었다. 그 뒤를 OK저축은행에서 데려온 레프트 이시몬으로 장착했다. FA 리베로 오재성을 잔류시켰고, 주전 세터의 얼굴도 바꿨다. 신장 1m95로 장신 세터 계보를 이을 김명관으로 낙점했다. 주전 센터는 조근호와 안요한에게 맡겼다. 결국 새 판을 짠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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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셀은 사실 비 시즌 기간 교체를 염두에 두기도 했다. 8월 초 직접 뚜껑을 열어보니 영상으로 봤던 모습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러셀은 실전에 강했다. 러셀은 결승전에서 27득점을 폭발시키며 팀 우승을 견인했다. 승부처였던 3세트 20-20으로 팽팽히 맞선 상황에선 강력한 스파이크 서브로 세 차례나 에이스를 만들어내기도. 장 감독은 "솔직히 이 정도까지는 기대 안했다. 연습경기 때 자기 기량을 보여주지 못해 고민을 했다. 헌데 갑자기 깜짝 스타가 나왔다. 러셀이 이정도만 해주면 버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러셀은 "한국 무대에서 외국인 선수로 산다는 압박감이 있었다. 또 경기 때 에너지와 훈련 때 에너지는 다르다. 나는 경기 때 잘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고 밝혔다.
여기에 지난 시즌 가빈 슈미트의 통역이자 코치였던 안요한이 팀 내 분위기 메이커로 맹활약했다. 안요한은 이번 대회 러셀 통역과 선수로 1인 2역을 소화하면서도 힘든 내색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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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컵 대회에선 장 감독이 의도했던 것이 모두 발휘됐다. '언더독의 반란'은 맞지만, 그 반란은 철저한 준비 속에서 이뤄졌다. 이젠 이변이 아닌 정규리그에서 상위권을 유지해나갈 수 있는 꾸준함이 필요하다. 제천=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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