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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테랑 파워+'전천후' 정지석 효과, 대한항공 '배구명문'의 길을 걷다

김진회 기자

기사입력 2019-03-07 20:38


프로배구 대한항공이 '배구명문'의 길을 걷게 됐다.

대한항공은 7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우리카드와의 2018~2019시즌 도드람 V리그 6라운드 홈 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대0으로 완승을 거두면서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역대 세 번째 정규리그 우승. 신영철 감독(현 우리카드 감독)이 이끌었던 2010~2011시즌과 박기원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2016~2017시즌에 우승을 차지한 바 있다.


2018-2019 프로배구 V리그 대한항공과 우리카드의 경기가 7일 오후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렸다. 공격을 성공시킨 대한항공 선수들이 환호하고 있다. 인천=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2019.03.07/
올 시즌 대한항공의 원동력은 무엇일까. 두 가지다. 우선 '베테랑 파워'다. 대한항공은 시즌 초부터 한선수 곽승석 정지석 김규민 등 주전멤버들이 대표팀에 차출돼 국제대회를 치르면서 체력문제가 화두였다. 박기원 감독은 "살얼음을 걷는 기분"이라며 주전들의 체력을 걱정하기도 했다. 지난 시즌에는 정규리그부터 체력을 끌어올려 포스트시즌에서도 지치지 않는 체력에 초점을 뒀지만 이번 시즌 관리는 달라야 했다. 무엇보다 선수들의 체력을 향상시킬 여유가 부족했고, 베테랑들이 언제 부상과 체력에 문제를 드러낼 지 모르는 불안함을 안고 관리를 해야 했다.

우려는 현실로 드러나기도 했다. 5승1패와 4승2패로 라운드를 이어가던 중 4라운드에서 3승3패를 기록한 것. 그나마 현대캐피탈이 신영석 문성민 등 핵심자원들의 부상으로 정상 전력을 가동시키지 못하면서 대한항공이 선두경쟁에서 앞설 수 있었지만 체력에 대한 불안요소는 풀리지 않는 숙제였다.


2018-2019 프로배구 V리그 대한항공과 KB손해보험의 경기가 15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렸다. 통산 13,000세트를 기록한 대한항공 한선수의 시상식이 경기 후 열렸다. 박기원 감독이 축하해주고 있다. 인천=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9.02.25/
베테랑들은 아킬레스건을 경험으로 뛰어넘었다. 한 경기, 한 경기에 집중했다. 서른 중반에 접어든 한선수(34)는 '국보급 세터'의 면모를 과시했다. 지난 시즌과 달리 기복을 보이지 않았고 여유와 정확도까지 업그레이드된 모습이었다. 상황마다 공격수들의 컨디션을 체크해 가장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는 선수들에게 공을 배달했다. 이런 디테일은 경험이 풍부한 한선수가 뿜어낼 수 있는 최고의 기술이다.

무엇보다 한선수는 이기는 법을 알고 있었다. 주포 미차 가스파리니의 경기력이 들쭉날쭉할 때 센터를 활용해 위기를 벗어난 뒤 날개 공격수들을 이용해 승리를 따냈다. '연봉 킹'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그야말로 '돈 값'을 했다.


우리카드와 대한항공의 프로배구 경기가 6일 장충체육관에서 열렸다. 대한항공 곽승석이 공격을 성공하며 환호하고 있다. 장충체=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9.02.06/
수비형 레프트 곽승석(31)의 활약도 빼놓을 수 없다. 득점과 비득점 부문 지표에선 두드러지지 않는다. 7일 현재 리시브 부문에서만 3위(50.53%)에 올라있을 뿐이다. 그러나 곽승석은 살림꾼 역할을 톡톡히 했다. 그야말로 궂은 일을 담당하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빛은 나지 않았지만 팀은 승리할 수 있었다. 지난해 11월 25일에는 '인생경기'도 했다. 삼성화재를 상대로 개인통산 두 번째 트리플크라운을 달성했다. 박 감독은 곽승석을 "대체 불가한 선수"라며 극찬했다.


2018-2019 프로배구 V리그 대한항공과 현대캐피탈의 경기가 3일 오후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렸다. 대한항공 정지석(왼쪽)과 곽승석이 현대캐피탈의 서브를 받아내고 있다. 인천=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2019.02.03/
신구 조화도 대한항공의 강점이다. 젊은 피 중에 가장 돋보였던 건 역시 '전천후 레프트' 정지석(24)이다. 수비 뿐만 아니라 공격까지 되는 멀티 능력을 과시했다. 정지석은 리시브 부문에서 KB손해보험 리베로 정민수에 이어 2위에 올라있다. 여오현(현대캐피탈) 김강녕(삼성화재) 이승현(한국전력) 등 리베로보다 리시브를 잘하는 레프트로 평가받고 있다. 공격에서도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팀 내에선 토종 공격수 중 가장 많은 533득점을 올렸다. 공격성공률 부문에선 55.77%로 2위다. 서브에서도 세트당 평균 0.368개로 7위에 랭크돼 있다. 이렇게 공수를 겸비한 레프트는 석진욱(현 OK저축은행 코치) 이후 오랜 만에 탄생했다는 평가다.


정지석 외에도 센터 진성태도 결정적 역할을 했다. 진성태는 팀 내에서도 고과를 인정하는 선수다. 지난 시즌 이후 직원으로 전환한 신영수 과장은 "올 시즌 가장 고과가 높은 선수는 진성태다. 한선수와 환상호흡을 보이면서 상대 상승세를 끊고 높이에서도 힘을 보탰다"고 칭찬했다.

지난 시즌 창단 첫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거둔 대한항공은 그렇게 '배구명문'으로 거듭나고 있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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