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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배구 직전 냉각됐던 V리그 열기, 2위 싸움에도 '당근'이 필요하다

임정택 기자

기사입력 2018-03-27 05:20


사진제공=한국배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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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리그 2위는 의미 없는 자리가 됐다. 그 어떤 이점도 없다. 2위 싸움에도 '당근'이 필요하다.

2017~2018시즌 도드람 V리그 초반 열기가 뜨거웠다. 한국전력, 우리카드, KB손해보험 등이 예년보다 공격적인 경기력으로 기존 상위권 팀들을 위협했다. 리그 초반 역대급 혼전 양상이 펼쳐졌다.

하지만 시간이 가면서 열기가 식었다. 어느 정도 예견된 수순. 선수층과 경험, 외국인 선수 컨디션 등 변수가 작용하면서 선두 구도가 굳어지고 있었다. 단독 선두의 주인공은 현대캐피탈. 결국 일찌감치 정규리그 1위를 확정했다.


사진제공=한국배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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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V리그 열기가 급속히 냉각됐다. 리그 우승 확정 뒤 지난 2일 인천계양체육관에서 치러진 대한항공-현대캐피탈전. 현대캐피탈은 2진급으로 경기에 나섰다. 문성민 신영석 노재욱 등 주축급 선수들이 대거 명단에서 제외됐다. 이런 흐름은 2, 3위 팀에도 퍼져갔다. 삼성화재는 봄 배구 진출 확정 후 핵심 선수를 뺀 채 리그 일정을 소화했다. 대한항공도 마찬가지. 선수단 운영 차원에선 당연한 선택이다. 봄 배구에 나서는데 굳이 리그 잔여 경기에 힘 뺄 필요없다. 부상자라도 나오면 큰 일이다.

그러나 V리그는 프로리그다. 모든 경기는 상품이다. 상품의 가치는 흥미, 기대감, 재미 등으로 결정된다. 여기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게 인기 선수다. 스타를 보기 위해 팬들은 경기장을 찾는다. 보는 눈이 많아야 방송사, 광고주도 지갑을 연다. 프로리그의 선순환 구조다.

그런 점에서 봄 배구를 앞두고 일찌감치 맥이 빠진 V리그 막판 분위기가 아쉽다. 그 어떤 긴장감도 없었다. 한국배구연맹(KOVO) 관계자에 따르면 시청률도 낮아졌다. 5라운드까지 0.8~0.9%였던 시청률이 6라운드 막판 0.6~0.7% 수준으로 떨어졌다. 열악한 상황 속에서도 한국 프로배구는 내실을 다지며 성장해왔다. 재미가 중요하지만 팀에 핵심 선수 기용을 강요할 순 없다. 그럼에도 팬들의 만족과 리그 성장을 위해선 막판까지 긴장감을 유지시킬 수 있는 '최소한의 장치'는 필요하다.


사진제공=한국배구연맹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2위 싸움에 불을 지피는 것이다. 지금 2위 팀엔 그 어떤 이점도 없다. 그나마 준플레이오프가 치러지면 3위 팀에 체력적 우위라도 점할 수 있다. 그러나 올 시즌처럼 준플레이오프가 없다면, 굳이 2위를 차지해야 할 이유가 없다. 핵심 선수 빼고 적당히 관리하면서 3위 안에만 들면 된다.

2위 팀에 현실적 '당근'을 줘야 한다. 플레이오프 일정을 유리하게 잡아줄 수 있다. 예를 들면 플레이오프 1, 2차전을 모두 2위 팀 홈 경기장에서 치르는 것이다. 현재 2위 팀은 플레이오프 1, 3차전을 홈에서 치른다. 큰 이점을 누릴 수 없다. 더 강력한 방안도 있다. 2위 팀에 플레이오프 1승을 주고 시작하는 방법이다. 가령, 3전 2승제라면 2위 팀은 1승만 추가해도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하게끔 하는 것이다. 5전 3승제로 한다면 2위 팀은 2승만 거두면 된다.


2005년 V리그 출범 당시 프로배구 중계권은 3억원에 불과했다. 10년이 지난 2015년엔 2016~2017시즌부터 2020~2021시즌까지 5시즌 간 총액 200억원에 중계권 계약을 했다. 시즌 평균 40억원이다. 괄목할 만한 성장이다. 하지만 아직 가야할 길이 멀다. 채워야 할 부분이 많다. 맥 빠진 '2위 싸움'도 그 중 하나다. 프로배구 장기 발전을 위해 풀고 가야할 숙제다.


임정택 기자 lim1st@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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