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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신창이' 박철우가 쇳소리로 말한다 "전 행복해요"

임정택 기자

기사입력 2018-01-09 19:11


사진제공=한국배구연맹

"기흉 수술 두 번 했고, 새끼 손가락 탈골도 있었고 무릎, 어깨는…."

프로 운동선수니 당연히 부상은 달고 있을 거라 짐작은 했다. 그래서 슬쩍 물어본 질문에 박철우(33·삼성화재)의 답이 길어진다. '이제 더 없겠지'하면 또 이어진다. 듣는 사람도 아파올 때 쯤 박철우가 웃는다. "제가 생각해도 많이 아팠네요." 그 목소리를 들으니 또 다른 걱정이 슬며시 고개를 든다. '만약 박철우가 다음번에 병원을 가면 그건 성대결절 때문일 것이다.' 쉬었다는 표현도 부족하다. 아예 헐어버렸다. 자기 자신조차 본래 목소리가 어땠는지 희미해진 지경이다. "아~ 원래 소리 많이 치는 스타일이 아닌데 하다 보니 이렇게 됐다." 쉰소리에 힘을 주니 쇳소리가 나온다. 지독한 탁성이지만 메시지는 귀에 쏙쏙 들어온다. '만신창이'인 그가 상대 코트에 힘껏 때려넣는 스파이크처럼….


사진제공=한국배구연맹
타는 듯한 통증에 올 시즌 전 수술을 고려했다. 부위는 어깨와 무릎. 박철우는 수술대에 오른 뒤 코트 위를 펄펄 나는 꿈을 꿨다. 하지만 산산조각 났다. "수술을 하면 은퇴해야 할 수도 있다." 귓전을 때리는 청천벽력 같은 진단에 마음을 접었다. 재활·보강 훈련으로 무릎과 어깨를 고쳐 잡았다. "두렵긴 했는데 그래도 이렇게 하니까 또 괜찮다."

양 발목도 심각하다. 모두 부분 파열됐다. 뛰어오르고, 착지하고, 중심 이동을 할 때. 즉, 배구를 하는 모든 순간 고통이 박철우를 괴롭힌다. 아무리 선수라도 그렇지, 너무 심각한 상황 아닌가. 박철우가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거의 진통제를 맞고 뛴다. 통증이 사라지면 걱정 없이 경기에만 집중할 수 있다. 진통제로 인한 부작용도 없다고 하니 다행 아닌가." 경기 중이야 약효로 버티지만, 그 이후는? "다음 날 되면 많이 아프긴 아프다"라며 쇳소리로 웃는다.


사진제공=한국배구연맹
무엇이 이토록 '만신창이' 박철우를 강하게 만드는 것일까. 팀에 대한 애정? 책임감? 자존심? 박철우가 망설이지 않고 답했다. "다 맞는 말이지만 결국 내가 좋아하지 않으면 할 수 없다. 부상도, 고통도 다 내가 배구를 사랑하고 뛰고 싶은 열망이 있기에 버텨낼 수 있다."

그리고 잠시 생각에 잠긴 박철우가 다시 입을 열었다. "음…. 혹시 오해가 생길 수 있어 꼭 덧붙이고 싶다. 이런 이야기들이 '혹사'나 억지로 떠밀려서 하는 것 쯤으로 비춰질 수도 있는데 정말 그렇지 않다. 모두 내 의지로, 내 뜻 대로 즐기며 하고 있다."


사진제공=한국배구연맹
아무리 아파도 자신의 의지로 배구를 즐길 수 있기에 버틸 수 있었다는 말이다. 기록이 이를 뒷받침한다. 박철우는 8일 기준 총 370득점으로 이 부문 6위. 문성민(현대캐피탈)과 국내선수 선두권을 다투고 있다. 오픈, 후위 공격에서도 최상위를 달리고 있는 박철우는 공격성공률 57.58%로 이 부문 선두다.


사진제공=한국배구연맹
사지에 성한 곳 없는 남편의 몸. 이를 보는 아내의 마음이 편치 않다. 그러나 어린아이처럼 행복해하는 박철우의 해맑은 표정에 말릴 엄두가 나지 않는다. "아내도 이제 포기했어요." 걱정에 타들어가는 아내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박철우는 배구 생각에 슬며시 미소를 짓는다. "당장 내일이라도 배구를 못하게 될 수도 있겠죠. 두렵지 않다면 거짓말이에요. 그래서 뛸 수 있다는 그 자체가 정말 좋습니다. 많이들 걱정해주셔서 감사하지만, 배구선수 박철우는 행복합니다!" 어느새 그의 쇳소리도 맑은 소리로 들리기 시작했다.


임정택 기자 lim1st@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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