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춥디 추운 OK저축은행의 겨울, 믿을 건 '송희채'였다

임정택 기자

기사입력 2017-12-26 21:01


2017-2018 프로배구 V리그 KB손해보험과 OK저축은행의 경기가 26일 의정부실내체육관에서 열렸다. OK저축은행 송희채가 KB손해보험 알렉스, 하현용의 블로킹 사이로 스파이크를 강타하고 있다.
의정부=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7.12.26/

"아으~ 춥다!"

26일 의정부체육관. 이날 KB손해보험과 OK저축은행의 2017~2018시즌 도드람 V리그 남자부 경기가 열렸다. 경기 전 김세진 OK저축은행 감독은 사시나무 떨듯 요란한 진동으로 기자회견장에 들어섰다. "아으~ 춥다 추워!"

양복의 깃을 야무지게 잡아도 몸에 닿는 한기를 막을 수 없다. KB손보전을 앞둔 김 감독의 마음도 그랬다. 어떻게든 난관을 헤쳐보려 발 버둥 쳐보지만 패배의 늪은 팀을 놔주지 않았다. 마치 개미지옥에라도 빠진 듯 OK저축은행은 연패의 늪에서 침전하고 있었다. 그렇기를 무려 8경기. OK저축은행은 8연패였다.

리그 최하위(7위)도 당연히 그들의 몫. 18경기를 치르면서 얻은 승점이 고작 14점이었다. 그들보다 조금 나은 우리카드(6위·승점 21)와의 격차도 승점 7점이었다. '훈풍'이 아예 없진 않았다. 리그 도중 데려온 외국인선수 마르코였다. 그간 햄스트링(허벅지 뒷 근육) 통증으로 100% 몸상태가 아니었는데 드디어 아픔을 떨쳐냈다는 것. 하지만 김 감독의 입술 끝은 여전히 파르르 떨었다. '주포' 송명근을 기용할 수 없었다. 송명근은 무릎 통증을 호소해 KB손보전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2017-2018 프로배구 V리그 KB손해보험과 OK저축은행의 경기가 26일 의정부실내체육관에서 열렸다. OK저축은행 송희채가 KB손해보험 하현용, 강영준의 블로킹 사이로 스파이크를 강타하고 있다.
의정부=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7.12.26/
거듭된 패배로 선수단의 심장까지 얼어붙고 있었다. 가장 우려되는 건 아무래도 선수들의 심리상태. OK저축은행엔 '패배의식'이 짙게 깔려있었다. 김 감독은 "아무래도 프런트에서도 이 부분을 많이 신경 쓰고 있다. 선수들에게 심리 상담도 하고 있다"며 "선수들이 지고 싶어서 지겠나"라며 씁쓸해 했다. 이런 상황에서 감독인 그도 딱히 선수들에게 전할 말이 없었다. "선수들에게 별 다른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애써 지어보이는 미소마저도 새파란 김 감독이었다.

승리의 향방을 점치는 목소리도 KB손보에 쏠렸다. KB손보는 지난 19일 '오심 비극'의 희생양이 되며 흔들리는 듯 했지만 22일 '우승 후보' 현대캐피탈을 꺾고 반전의 발판을 마련했던 상태. 그와 반대로 OK저축은행은 좀처럼 다시 떠오를 줄 몰랐다.

하지만 예상 외로 OK저축은행의 열기가 뜨거웠다. OK저축은행은 1세트를 듀스 접전 끝에 34-32로 따내며 기선을 제압했다. 이후 살짝 흔들리긴 했지만 집중력을 유지해 적지에서 세트스코어 3대1(34-32, 15-25, 25-19, 25-23) 승리를 챙겼다.

꽁꽁 얼어붙어있던 OK저축은행을 깨운 건 송희채였다. 송희채는 송명근이 없는 상황에서 마르코와 공격을 양분해 KB손보 공략에 나섰다. 송희채는 정밀한 플로터 서브로 KB손해보험의 리시브를 흔들었다. 큰 낙차에 받아내기 까다로운 곳으로 때려 넣었다. 전위와 후위를 가리지 않고 뛰어오른 송희채는 64%에 달하는 공격 성공률을 기록, 총 17득점을 올렸다. 특히 승부처에서 빛을 발했다. KB손보의 추격이 시작될 만 하면 순도 높은 득점으로 찬물을 끼얹었다.


세트를 거듭할 수록 송희채의 공격은 불을 뿜었다. KB손보의 블로킹이 송희채를 집중 견제하자 노련하게 돌려 때렸다. 때로는 슬쩍 넘기는 연타로 손쉽게 점수를 뽑아내기도 했다. 송희채가 살아나자 김요한과 이시몬도 고개를 들었다.

최악의 위기에 빠졌던 OK저축은행. 그들의 무너진 하늘에도 솟아날 구멍은 있었다. '살림꾼' 송희채의 손끝부터였다.


의정부=임정택 기자 lim1st@sportschosun.com

◇2017~2018시즌 도드람 V리그 전적(26일)

남자부

OK저축은행(5승14패) 3-1 KB손해보험(9승10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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