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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리그 사상 최악의 오심 논란이 '일단' 마무리됐다.
뿐만 아니라 이날 심판진은 4세트 22-23에서도 하현용(KB손해보험)의 터치네트를 선언했다. 이 역시 오심. 네트를 건드린 건 하현용이 아닌 전광인(한국전력)이었다. 참다 못한 권순찬 KB손해보험 감독이 재심을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한 술 더 떠 심판진은 KB손해보험에 퇴장 지시를 내렸다. 퇴장 명령을 받은 사람은 항의를 한 권 감독이 아닌 이동엽 코치였다. 이해하기 힘든 결정이었다.
KOVO는 즉각 오심을 인정하고, KB손해보험에 사과의 뜻을 전했다. 하지만 KB손해보험이 KOVO를 방문해 재경기를 요청하고, 팬들마저 청와대 국민청원사이트에 재경기를 요구하는 등 파문이 커졌다. KOVO는 발빠른 움직임으로 중징계를 내리며 사태 진압에 나섰다. 당사자인 KB손해보험도 중징계 발표 후 "우리가 이의 제기한 내용에 대해 단호한 조처가 내려졌다고 보고 KOVO 입장을 존중하겠다. 대승적 차원에서 수용한다"고 밝혔다. 파문은 일단락되는 분위기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스스로의 권위를 떨어뜨린, 스스로의 손발을 묶어버린 선택이 됐다. 당시 논란의 중심이 된 부분은 캐치볼이냐 아니냐, 터치네트냐, 아니냐의 부분이 아니다. 결국 경기 운영과 규칙 적용을 어떻게 할지에 대한 부분이었다. 권 감독이 재심을 요청한 이유기도 했다. 하지만 재심이 폐지되며 이 길이 막혀버렸다. 경기위원장·심판위원장이 경기에 관여하지 않겠다고 한 점 역시 마찬가지다. 물론 이들의 관여가 최소화될 수록 좋은 경기를 할 수 있다. 하지만 필요하다면 명확히 정리해줄 필요도 있다. 배구는 객관적 규칙 하에 진행되는 스포츠다. 축구의 '비신사적인 행위'같이 주관적인 영역이 많지 않은 종목이다. 정확한 상황 정리는 경기감독관, 심판들의 위신을 오히려 살려줄 수 있는 길이기도 하다.
결국 이번 오심 논란은 심판, 감독관들의 보신주의, 편의주의, 권위주의가 빚은 합작품이었다. KOVO는 심판과 경기감독관 교육 및 운영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심판의 보다 나은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헤드셋 구입에만 2000만원을 투자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시스템이다. 완벽한 판정은 없다. 하지만 납득할 수 있어야 하고, 혹 문제가 생겼을 때 구제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되어야 한다. 기본을 놓친 지금, 논란은 끝없이 되풀이 될 수 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