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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한국배구연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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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 포기할 수 없었어요. 저는 '아버지'거든요."
어릴 적부터 운동능력이 뛰어났던 황동일(31·삼성화재)은 육상부, 축구부 등 각종 운동부에서 탐내는 스포츠 유망주였다. 시작은 육상부. 그는 높이뛰기를 했다. "어렸을 때 높이뛰기 선수를 했다. 뭐 그렇다고 해서 엄청 전문적인 그런 팀은 아니었다."
황동일의 배구 DNA를 감지한 이는 박주점 당시 안산 본오중 감독이었다. 황동일은 박 감독의 손을 잡고 본오중에 입학했다. 그 때부터 그의 배구인생이 시작됐다.
중1때 시작한 배구. 다른 프로 선수들에 비해 출발이 한참 늦었다. "다른 친구들은 기본기가 돼있는데 나는 그것부터 시작해야 하니 처음엔 막막했다." 키도 크지 않았다. 1m62. "기술, 전술에 신장까지 특출난 게 없었다."
하지만 황동일의 시계는 빠르게 돌았다. 금새 따라잡았다. 왼손잡이인 그는 중2 때까지 공격수를 봤지만, 중3이 되면서 세터의 길을 걸었다. 팀의 중심이었다. 키도 쑥쑥 컸다. "1년에 10~12cm씩 자랐다. 어떨 땐 1주일에 1cm 컸다." 중학교 졸업장을 받을 때 그의 키는 1m85였다.
탄탄대로였다. 평촌고를 거쳐 2005년 경기대에 진학한 그는 입학 첫 해 세계청소년선수권 대표로 선발됐다. 같은 해 전국대학연맹전 세터상을 수상했다. 2008년엔 전국대학연맹전 최우수선수와 세터상을 동시 석권하며 한국배구를 이끌어갈 세터 재목으로 주목받았다. "당시 문성민 신영석 등 워낙 뛰어난 선수들이 있어 묻어갔을 뿐이다." 황동일은 자세를 낮췄다. 늦게 시작한 배구지만 큰 굴곡은 없었다. 급성장으로 인한 성장통 조차 없었다.
하지만 기나 긴 암흑기가 기다리고 있었다. 황동일은 2008~2009시즌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 4순위로 우리캐피탈(현 우리카드)에 입단했지만 곧바로 LIG손해보험(현 KB손해보험)으로 트레이드 됐다. 데뷔 첫 시즌 신인상을 차지했지만, 이후 이렇다 할 활약을 펼치지 못했다. 황동일은 2011~2012시즌 대한항공으로 다시 한 번 트레이드 된다. 이를 악 물었지만 주전 세터 한선수에 밀려 좀처럼 기회를 잡지 못했다.
2014년 삼성화재로 팀을 옮겼다. 역시 트레이드. 황동일은 "팀에 녹아들지 못하고 계속 트레이드 매물로 팀을 돌면서 자존감이 낮아졌다. 심적으로 정말 힘든 순간이었다"라며 "대한항공에선 한선수, 삼성화재에 와선 유광우라는 엄청난 선수들에 밀려 나는 언제나 뒤에 있었다"고 했다. 지난 시즌까지도 황동일은 벤치를 지켰다.
10년 가까이 멈춰있었다. 그 사이 31세가 됐다. 모두가 말했다. "이제 황동일은 안된다." 하지만 황동일은 끈을 놓지 않았다. "절대 포기해선 안될 이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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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트에선 작았지만 집에 돌아가면 그 누구보다 큰 존재, 그는 '아버지'였다. "한참 힘들었던 2013년 결혼해 2014년 아들 서율이를 만났다. 나만 바라보고 언제나 곁에 있어주는 가족들이 있어 절대 포기할 수 없었다. 아니, 포기할 생각도 없었다."
버티고 버티니 기회가 왔다. 유광우가 우리카드로 이적했다. 황동일은 "감독님께서 나를 믿어주셨다. 앞으로 두 번 다시 오지 않을 기회가 왔다"고 했다. 이어 "내가 배구 선수라는 걸 서율이도 안다. 경기하러 집을 나서면 엉엉 울다가도 내가 TV에 나오면 그렇게 좋아한다"며 "새삼 코트에 설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감사하고 행복하다. 좋은 세터, 멋진 아버지가 될 수 있도록 내 모든 걸 바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임정택 기자 lim1st@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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