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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마지막으로 한국서 퍼즐을 맞출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했다."
박 감독은 V리그 최고령 지도자다. 그의 지도력은 최정상급으로 정평이 나있다. 연륜과 경험, 전술 유연성까지 갖췄다. 박 감독은 "나이가 적고 많고는 감독으로서 의미 없다. 열정이 있냐 없냐다"라며 "아침 6시에 일어나 출근한다. 술, 담배 다 끊었다. 어깨 나란히 할 수 있는 길은 더 많이 일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른 젊은 감독보다 하루 2~3시간 일 했던 것 같다"고 했다.
씩씩하게 말을 이어가던 박 감독. 목소리가 촉촉해졌다. 아내 이야기가 나왔을 때다. "현장에 있는 나보다 마음 고생이 많은 사람이다. 내가 좋아하는 배구 이해 못해주면 내가 지금까지 배구 못했을 것"이라며 "시합 전엔 옆에 오지도 않고 근처에도 안 온다. 내 기분이 나쁠까봐…"라며 말끝을 흐렸다. 그리고 한 마디 했다. "이런 게 인생이다." 그러더니 "너무 집안 이야기했다. 또 마누라에게 혼 나겠다"라며 웃었다.
박 감독은 "챔피언이 될 선수들은 인성이 된 선수"라며 "실력만 있는 선수는 시합은 잘 하겠지만 우승을 할 순 없다"고 했다.
이날 곽승석을 리베로로 출전시킨 것에 대해선 "우리 리베로들이 저조한 상태다. 한국전력전 때 주전 리베로가 멘탈 붕괴됐다. 두 번째 선수도 상태 안 좋았다"며 "곽승석을 리베로로 준비해두고 있었다. 부담 갖지 말고 할 수 있는 마음껏 하라고 했다"고 설명?다. 그러면서 "곽승석이 잘 해줬다. 굉장히 고맙게 생각한다"며 "신영수도 안 뛰다가 들어가서 멘탈적으로 잘 견뎌내줬다"고 추켜세웠다.
이제는 챔피언결정전이 남았다. 박 감독은 "최우선은 체력이다. 체력 담당자에게 관리하라고 말했다. 챔프전까지 어떻게 준비할 것인지 곧 결정할 것"이라며 합숙 여부에 대해선 "합숙을 왜 하는가. 연습 5시간만 하면되는데. 집에선 선수들이 더 기합 받는다"라고 해 웃음을 자아냈다.
고령이라는 우려엔 이내 진지한 눈빛으로 "내 나이가 어떤가. 머리만 돌아가면 하는 것"이라며 "세계 배구는 빠르게 변하고 있다. 도태되면 안된다. 항상 공부하고 연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많은 사람들이 정규리그 우승을 가볍게 생각한다. 그건 조금 그렇다. 높으신 분들이 결정한 것이니 따라가지만, 경험상 정규리그 우승이 통합 우승보다 훨씬 힘들다"면서 "외국에선 플레이오프 8팀 정도 참가 티오를 준다. 우리나라는 3팀이서 통합 우승을 겨룬다. 그럼 정규리그에 목숨 걸어야 한다"고 했다.
인천=임정택 기자 lim1st@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