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역시 문성민(31·현대캐피탈)이었다.
문성민의 장기는 호쾌한 강타다. 국내 선수들 중엔 경쟁자를 찾기 어려울 정도의 힘과 탄력을 바탕으로 상대 수비진을 긴장시킨다.
하지만 강함이 전부는 아니다. 상대 수비의 빈 틈을 교묘히 노리는 연타도 장착했다. 직선적인 강타에 유연한 연타 기술까지 갖추면서 문성민은 '완전체 공격수'로 거듭났다.
문성민은 지난해 12월 21일 대한항공과의 경기에서 서브 득점 200개 고지를 점령했다. V리그 역대 최초 기록이다. 이날 OK저축은행전에서도 유감없이 발휘했다. 문성민은 1세트에서만 3개의 서브 에이스를 기록했다. OK저축은행의 추격 분위기가 올라올 때면 여지 없이 때려 넣었다.
백미는 2세트에서 나왔다. 현대캐피탈은 OK저축은행에 주도권을 내줬다. 13-19까지 밀렸다. 세트 후반으로 가면서 문성민이 해결사로 나섰다. 시간차, 오픈, 백어택을 연달아 성공시키며 24-24 동점을 이끌어냈다.
하지만 OK저축은행도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 30-30으로 맞선 상황. 때마침 문성민의 서브 에이스가 터지면서 31-30으로 역전했다. 최민호의 블로킹이 이어지면서 현대캐피탈은 2세트를 챙겼다. 문성민은 2세트에서만 10득점을 올렸다.
문성민의 서브는 왜 막기 어려운 것일까. 일단 강심장의 소유자다. 위기 상황에서도 주눅 들지 않고 오히려 대담하게 때리는 타고난 '승부사 기질'을 지녔다.
서브의 속도도 차원이 다르다. 그의 서브는 시속 123km. 그러나 강하고 빠르기만 해선 득점을 올릴 수 없다. 큰 힘이 들어가는 만큼 정교함이 떨어질 수 있다. 문성민은 정확도까지 갖췄다. 비결은 루틴이다.
문성민은 서브를 하기 전 언제나 같은 보폭과 걸음수로 위치를 잡는다. 그리고 소매를 걷어 올린 오른팔을 앞으로 뻗은 뒤 숨을 고른다. 이때 호흡 횟수도 정해진 루틴에 맞춰 일정하게 한다. 토스의 방향과 높이까지도 한결같이 유지한다. 하루 이틀에 체득한 것이 아니다. 배구를 시작한 이후 꾸준히 유지해 온 '문성민만의 의식'이다.
임정택 기자 lim1st@sportschosun.com
◇2016~2017시즌 NH농협 V리그 전적(1일)
남자부
현대캐피탈(21승12패) 3-0 OK저축은행(6승27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