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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화재만의 '외인 조련' 비법, 체계적 선발과 관리

임정택 기자

기사입력 2016-11-15 17:29


삼성화재의 타이스(오른쪽에서 두 번째)가 9일 대전충무체육관에서 열린 우리카드와의 2016~2017시즌 NH농협 V리그 남자부 경기에서 공격을 시도하고 있다. 사진제공=한국배구연맹

'몰빵 배구.'

외인 의존도가 높은 삼성화재를 수식하는 꼬리표다. 하지만 임도헌 삼성화재 감독은 애써 부인하지 않는다. 그저 "우리 배구를 팬들이 몰빵 배구라 부르는 것을 잘 알고 있다"고 말하며 웃는다.

왜 저렇게 당당할까. 이유가 있다. 사서 쓰지 않고, 만들어 썼기 때문이다. 육성형 용병 배출의 이면에는 삼성화재만의 아주 특별한 '외국인 선수 조련법'이 있다. 그동안 레안드로, 안젤코, 가빈, 레오에 지난 시즌 그로저까지 숱한 외국인 선수가 삼성화재를 거쳐갔다. 외인이 바뀔 때마다 부분적인 변화는 있었지만 큰 물줄기는 유지됐다. 공격의 제1옵션은 단연 외국인 선수였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이 있다. 독일대표팀의 일원으로 이미 세계적 명성을 구가하고 있던 그로저를 제외한 다른 선수들은 삼성화재 입단 전까지 큰 관심을 끌지 못했다. 하지만 삼성화재는 이런 선수들을 정확도 높은 주포로 키워냈다. 특히 가빈, 레오 같은 선수들은 삼성화재를 거치면서 크게 업그레이드 됐다는 평가다.

비결은 체계적인 선발과 관리에 있다. 삼성화재는 자유선발 시절부터 선수를 실력으로만 평가하지 않았다. 인성과 절실함 등 정신적인 측면까지 고려했다. 삼성화재 관계자는 "실력만 봤다면 더 비싼 선수들을 물색했을 것이다. 하지만 배구란 게 꼭 그렇게 돌아가지 않는다"며 "우리의 철학은 팀에 잘 융화돼서 선수와 팀이 함께 성장하는 배구를 추구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기량이 매우 뛰어났던 한 외국인 선수는 거들먹거리는 태도를 보여 과감하게 계약을 하지 않은 사례가 있다"고 덧붙였다. 트라이아웃 도입 후에도 이런 기조는 유지됐다. 임 감독은 "타이스는 면접 당시 크게 튀는 대답을 하지 않는 대신 모범적인 답변을 했다"고 밝혔다.

선발도 선발이지만 더 중요한 것은 관리다. 삼성화재는 선수의 상태를 체크, 관리할 수 있는 3명의 전담 스태프를 보유하고 있다. 이들은 선수 개인별로 맞춤 트레이닝 프로그램을 마련한다. 지난 시즌 V리그를 호령했던 '독일 특급' 그로저가 삼성화재 잔류를 원했던 이유다. 삼성화재 관계자는 "지난 시즌 도중 그로저가 대뜸 '계약 1년 연장하자'고 했다"며 "트라이아웃 도입으로 잡을 수 없었지만 이유를 물어보니 그로저가 '나는 삼성화재 오기 전 러시아리그에서 항상 어깨 부상을 안고 뛰었다. 하지만 관리가 철저한 삼성화재에선 더 많은 공격을 해도 통증 없이 경기를 뛸 수 있다'고 했다"고 전했다.

올시즌 삼성화재 공격을 주도하고 있는 타이스도 마찬가지다. 타이스는 트라이아웃 4순위로 삼성화재에 입단했다. 당초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막상 시즌에 돌입하니 펄펄 날았다. 수비형 레프트지만 총 292득점에 공격성공률 56.87%로 득점, 공격종합 부문 선두를 달리고 있다.

확실한 외국인을 발굴, 관리, 적극 활용하는 삼성화재의 외인순환 시스템. 단순히 '몰빵 배구'라는 한마디 말로 폄하할 수 없는 분명한 이유가 있었다.


임정택 기자 lim1st@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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