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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원 감독의 현미경 배구, 대한항공 삼중고 극복중

김진회 기자

기사입력 2016-10-23 20:29



프로배구 대한항공은 범실이 많은 팀이었다. 2008~2009시즌을 포함해 8시즌 연속 V리그 남자부 범실 부문 1위에 오르는 불명예를 안고 있었다. 반드시 득점이 필요한 상황에서의 범실은 물론 잦은 서브 미스로 분위기가 꺾이는 등 기복이 심한 팀으로 평가됐다. 화려한 선수 구성과 챔피언결정전 진출에도 마지막 고비를 한 차례도 넘지 못한 이유였다.

하지만 올 시즌 느낌이 남다르다. 소방수가 나타났다. 팀의 문제점을 세밀하게 진단하는 박기원 감독(65)의 현미경 배구가 대한항공을 180도 바꾸어놓고 있다. 그 결과 개막 승리를 포함해 3연승을 질주했다. 대한항공은 23일 안산 상록수체육관에서 벌어진 OK저축은행과의 2016~2017시즌 NH농협 V리그 1라운드 경기에서 풀세트 접전 끝에 세트스코어 3대2(25-16, 25-21, 21-25, 21-25, 15-11)로 진땀승을 거뒀다. 대한항공은 3승(승점 8)을 기록, 우리카드(2승·승점 6)를 밀어내고 1위로 올라섰다.

박 감독이 진단한 문제점은 크게 세 가지다. 팽배한 불안감, 저조한 집중력, 우승 부담감이다. 박 감독은 "처음 팀을 맡았을 때 훈련 분위기가 굉장히 무겁더라"며 "일단 생겄터 긍정적으로 바꾸자고 주문했다. 배구가 직업이긴 하지만 일이라고 생각하는 것과 코트에서 놀다 들어오자는 생각은 천양지차"라고 설명했다. 박 감독과 선수들 사이의 허심탄회한 소통은 훈련 분위기가 밝아진 원동력이다.

집중력 향상은 박 감독이 가장 공을 들이고 있는 부분이다. 박 감독은 "1세트와 매 세트 초반을 불안하게 시작한다. 2~3점을 내주고 시작한다. 너무 집중을 시켜서 선수들의 몸이 굳어서 그런 것인지, 잘못된 기본기 때문인지는 진단 중"이라고 말했다. 대한항공은 이날 두 세트를 먼저 따내고도 내리 두 세트를 잃어 5세트까지 이어진 승부에서 힘겹게 승리했다. 박 감독은 "3세트 시작할 때 2분간 집중을 하지 않으니 세트를 빼앗기게 되더라. 냉정하지 못하고 너무 화려하게 배구를 하려고 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두 세트를 잃은 것에 대해서는 오히려 웃음을 보였다. 박 감독은 "경기를 이기기만 하면 단점이 밖으로 나타나지 않는다. 결과만 생각하기 때문"이라며 "오히려 이날 OK저축은행전이 팀 운영(집중력 향상 훈련)을 하는데 좀 더 속도를 낼 수 있는 기폭제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우승 부담은 대한항공의 '보이지 않는 적'이었다. 박 감독은 "선수들이 트라우마처럼 우승에 부담을 굉장히 느끼더라. 그래서 내가 책임지는 한이 있더라도 선수들이 스트레스를 최소한으로 받게 하려고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이날 19득점을 폭발시키며 팀 승리를 이끈 레프트 김학민도 우승 부담을 부진의 원인으로 꼽았다. 그는 "지난 시즌 후반기에 경기를 많이 패하다 보니 부담도 생기더라. 앞서 있다가도 혹시나 뒤집힐까봐 불안했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이번 시즌은 그런 부정적인 요소를 없애고 편하게 하려고 한다. 경기를 질 수도 있지만 우리만의 플레이를 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여자부 경기에서도 흥국생명이 한국도로공사를 세트스코어 3대0으로 제압하면서 3연승을 달렸다.

안산=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

◇2016~2017시즌 NH농협 V리그 전적(23일)

남자부

대한항공(3승) 3-2 OK저축은행(3패)

여자부

흥국생명(3승) 3-0 한국도로공사(1승1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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