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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입가경이다. 이번에는 부정선수다.
지난 13일 폐막한 전국체전을 통해 드러난 대한배구협회의 대회 운영이 심각한 수준이었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국군체육부대는 선수 명단에 두 명의 리베로(조국기 정성민)를 등록했다. 리베로는 수비전문선수다. 1997년 월드리그에서 처음 도입된 제도인데 서브·블로킹·공격을 할 수 없고 오로지 수비와 서브리시브만 가능하다. 하지만 국군체육부대 리베로 중 한 명(조국기)은 레프트 공격수와 같은 역할을 수행했다. 교체로 들어가 서브를 넣고 수비 선수로 뛰었다. 명백한 부정선수였다.
결국 경기는 30여분 가까이 중단됐다가 재개됐다. 부정선수를 발견하기 전에 국군체육부대가 획득한 2세트 모두 부산공동어시장으로 넘어갔고(25-0,25-0) 3세트 역시 13-0으로 부산공동어시장이 리드한 상황에서 다시 시작됐다. 아무리 프로선수들이 모인 국군체육부대라도 13점을 먼저 내준 상태에서 뒤집기란 불가능했다.
이 과정에서 도무지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한 의혹들이 제기됐다.
첫째, 국군체육부대는 부정선수 출전 여부를 몰랐을까. 대한배구협회는 대회 전 각 팀 감독들에게 국제배구연맹(FIVB) 룰을 따른다고 공지했다. 이 규정에 의하면, 체육회에 등록한 선수는 체전에서 동일한 포지션을 수행해야 한다. 이에 대해 박삼용 국군체육부대 배구팀 감독의 해명은 이렇다. "먼저 조국기를 리베로로, 임형섭을 수비 선수로 등록했었다. 그런데 정성민이 부상에서 회복되면서 임형섭을 빼고 정성민을 등록시켰다. 이 과정에서 내부적으로 착오가 생겼다. 리베로가 두 명이 등록된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그래서 조국기가 서브 교체와 수비를 했던 것이다." 그러면서 "가장 먼저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은 우리 잘못이다. 그러나 경기감독관이 예선부터 바로만 잡아줬어도 부정선수 문제는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둘째, 대회 경기감독관은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국군체육부대가 예선부터 준준결승, 준결승, 결승까지 부정선수를 출전시킬 때까지 경기감독관은 '허수아비'였다. 박 감독은 "경기감독관은 예선 경기에서 선수를 체크하는데 부정선수를 놓치고, '국군체육부대가 선수교체(임형섭 → 정성민)를 해도 전력에 문제가 없겠느냐'는 등 엉뚱한 질문만 했다"고 증언했다. 전국체전 배구 종목의 경기감독관(6명)은 대한배구협회에서 초빙한 인력이다. 비록 협회 소속이 아니지만 어쨌든 협회 경기이사가 구성한 인력이다. 과연 협회의 책임이 없다고 할 수 있을까.
충격적인 사실은 전국체전 부정선수 출전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이다. 2년 전 제주도에서 열린 대회 때 경기 대표로 나선 성균관대가 목포대와의 준준결승전에서 리베로를 일반 포지션 선수로 활용해 몰수패 했다. 그럼에도 똑같은 오류가 반복된 셈이다.
셋째, 대한체육회도 관리 책임에서 자유롭지만은 못할 듯하다. 총 4경기에서 부정선수를 발생시킨 상무에 은메달을 수여했다. 대한체육회는 배구협회 관계자에게 메달 수여에 대해 문제가 안된다고 전달했다고 한다. 부정선수에 대한 어필이 나온 경기만 해결하면 된다는 것이 대한체육회의 해석이었다. 이번 전국체전은 대한체육회장이 새로 바뀐 뒤 처음으로 치러진 대회였다.
끝으로 부산공동어시장도 도의적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김성면 부산공동어시장 감독은 대회가 끝난 뒤 이미 국군체육부대가 부정선수를 출전시키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다고 협회 관계자에게 시인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대회 규정상 부정선수가 발각된 시점 이전까지는 부산공동어시장에게 어드밴티지가 주어지기 때문에 1, 2세트를 지고, 3세트에서 궁지에 몰린 순간 부정선수 카드를 내밀어 1, 2세트를 가져오고 3세트도 13-0에서 다시 시작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책임 단체들의 허술한 관리 감독 속에 씻을 수 없는 오점을 남긴채 막을 내린 전국체전 배구 종목. 늦었지만 대회 주체인 대한체육회의 철저한 진상 조사가 필요한 시점이다.
김진회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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