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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리 떠나는 날, 구름 관중 배웅했다

신창범 기자

기사입력 2016-10-13 20:49


현역 은퇴 경기를 펼친 박세리가 그린 위에서 갤러리의 환호에 밝게 웃고 있다. 사진제공=하나금융그룹



한국 여자 골프의 살아 있는 전설 박세리(39·하나금융)가 현역에서 은퇴했다.

박세리는 13일 인천 영종도 스카이72 바다코스(파72·7275야드)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아시안 스윙 KEB 하나은행 챔피언십 1라운드를 선수로는 마지막 라운드로 선택했다.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떠나는 영웅을 배웅하기 위해 구름 갤러리가 골프장에 몰렸다. 대회 조직위원회도 박세리를 디펜딩 챔피언인 렉시 톰슨(미국)과 함께 마지막조에 배치했다. 박세리는 18번홀을 끝낸 뒤 팬들과 함께 은퇴식을 가졌다.

박세리는 아마추어 시절부터 프로들을 꺾는 등 국내에서 14승을 쓸어 담았다. LPGA 투어에서는 메이저 5승을 포함해 통산 25승을 수확해 2007년 명예의 전당에 헌액됐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장면은 역시 '맨발의 투혼'이다. 1998년 US여자오픈에서 제니 추아시리폰(태국)과 5일간 92개 홀 '마라톤 승부'를 펼친 끝에 정상에 올랐다. 특히 18번홀(파4)에서 티 샷이 감기면서 페어웨이 왼쪽 연못으로 날아갔다. 박세리는 연못 턱에 걸려 있는 공을 치기 위해 양말을 벗고 물속에 들어가 트러블 샷을 구사, 보기로 틀어막았다. 연장 두번째 홀에서 '우승 버디'를 낚았다.

검게 탄 얼굴과 종아리와 극명하게 대비되는 하얀 발이 전 세계 골프팬들에게 강한 인상을 심어줬다. IMF 경제위기 속에서 시름하던 대한민국의 희망의 희망이 됐던 이유다. '맨발 샷' 이후 실제 국내에서는 골프열풍이 불었고, 박인비(28ㆍKB금융그룹)와 신지애(28), 최나연(29ㆍSK텔레콤) 등 '세리 키즈'가 등장했다. 박세리 역시 "US여자오픈은 평생 잊을 수 없을 것"이라며 "당시 연못 샷은 내 인생 최고의 샷"이라고 했다.

은퇴 후 계획에 대해 박세리는 "최고의 선수로 기억되는 것도 좋지만 존경받는 사람이 되고 싶다"며 "개인적인 욕심보다는 골프 유망주나 골프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고자 한다"고 밝혔다.

그는 "선수의 눈으로 봤을 때 개선할 점을 찾아 기여하고 싶다"면서 "선수들에게 좋은 훈련 환경, 좋은 시스템을 만들고 선수가 대회의 중심이 되도록 하고자 한다"고 말해 은퇴 후에는 투어 운영에 참가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박세리는 "나는 참 운이 좋은 사람"이라면서 "고생도 많았고 성공하려고 노력도 많이 했다. 많은 것을 얻었기에 행복하다"고 골프 인생을 자평했다.

"선수 아닌 사람으로 만나게 되겠지만 더 좋은 모습 보여주고 싶습니다."


신창범 기자 tigger@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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