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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여자 골프의 살아 있는 전설 박세리(39·하나금융)가 현역에서 은퇴했다.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떠나는 영웅을 배웅하기 위해 구름 갤러리가 골프장에 몰렸다. 대회 조직위원회도 박세리를 디펜딩 챔피언인 렉시 톰슨(미국)과 함께 마지막조에 배치했다. 박세리는 18번홀을 끝낸 뒤 팬들과 함께 은퇴식을 가졌다.
박세리는 아마추어 시절부터 프로들을 꺾는 등 국내에서 14승을 쓸어 담았다. LPGA 투어에서는 메이저 5승을 포함해 통산 25승을 수확해 2007년 명예의 전당에 헌액됐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장면은 역시 '맨발의 투혼'이다. 1998년 US여자오픈에서 제니 추아시리폰(태국)과 5일간 92개 홀 '마라톤 승부'를 펼친 끝에 정상에 올랐다. 특히 18번홀(파4)에서 티 샷이 감기면서 페어웨이 왼쪽 연못으로 날아갔다. 박세리는 연못 턱에 걸려 있는 공을 치기 위해 양말을 벗고 물속에 들어가 트러블 샷을 구사, 보기로 틀어막았다. 연장 두번째 홀에서 '우승 버디'를 낚았다.
은퇴 후 계획에 대해 박세리는 "최고의 선수로 기억되는 것도 좋지만 존경받는 사람이 되고 싶다"며 "개인적인 욕심보다는 골프 유망주나 골프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고자 한다"고 밝혔다.
그는 "선수의 눈으로 봤을 때 개선할 점을 찾아 기여하고 싶다"면서 "선수들에게 좋은 훈련 환경, 좋은 시스템을 만들고 선수가 대회의 중심이 되도록 하고자 한다"고 말해 은퇴 후에는 투어 운영에 참가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박세리는 "나는 참 운이 좋은 사람"이라면서 "고생도 많았고 성공하려고 노력도 많이 했다. 많은 것을 얻었기에 행복하다"고 골프 인생을 자평했다.
"선수 아닌 사람으로 만나게 되겠지만 더 좋은 모습 보여주고 싶습니다."
신창범 기자 tigger@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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