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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면구긴 수원 삼성, 생존위해 '영일만'에서 배수진

최만식 기자

기사입력 2016-10-13 20:49



'영일만 배수의 진이다.'

2016년 현대오일뱅크 K리그가 15일부터 스플릿 시스템으로 접어든다.

그룹B로 내려앉았다고 탄식할 겨를이 없다. 이미 구겨진 체면. 그렇다고 쪼그라든 자존심마저 상실하면 안 된다.

강등권 위기에 몰린 과거의 명문팀이라면 더욱 그렇다. 대표적인 케이스가 수원 삼성이다.

수원은 10위로 33라운드를 마감했다. 33라운드는 '지옥'이었다. 32라운드 인천과의 경기 무승부(2대2)로 그룹A 진출이 무산된 상태에서 하필 수원FC를 만났다.

이전에 2연승을 거둔 '수원더비'에서 반전의 발판을 마련해 훌훌 털고 그룹B 시스템에 들어가자는 팬들의 바람이 컸다.

하지만 수원은 주변의 예상을 뒤엎고 수원FC에 4대5로 패했다. 결과도 결과지만 최하위팀 수원FC에 4골이나 내주는 선수들의 무기력이 팬심을 자극했다.

경기가 끝난 뒤 일부 서포터스는 수원월드컵경기장에 남아 "단장 퇴진" 등을 외치며 거세게 항의했다. 주장 염기훈이 눈물로 호소하는 '못 볼 장면'까지 연출하고 나서야 비로소 사태가 진정됐다.


이전에도 성적 부진에 성난 팬들의 집단행동이 있었지만 올 시즌 최악의 항의 소동이었다.

이후 수원 선수단은 크게 달라졌다고 한다. 15일 포항과의 그룹B 첫 라운드를 앞두고 제대로 의기투합했다. "영일만에서 빠져 죽을 각오로 뛰자"는 배수의 진을 쳤다.

지난 10일에는 구단 측이 선수단-코칭스태프와 단합대회 겸 위로회식을 마련하고 의기소침해 있을지 모를 팀 분위기를 재정비했다.

최소한 강등권까지 추락하지는 말자는 게 수원의 마지막 자존심이다. 한데 상황이 그리 녹록지만은 않다. 10위 수원은 승점 37, 9위 광주(승점 41)를 따라잡기에는 아직 멀고 11위 인천(승점 35)에는 턱밑까지 쫓긴 상태다.

마찬가지로 그룹A 입성에 실패한 스플릿 1라운드 상대 포항은 최순호 감독을 다시 불러온 이후 33라운드 성남전 대승(4대1)으로 반전 채비를 마친 상태다. 옛 명성으로 보면 수원과 '동병상련'인 포항은 그룹B 선두(7위)로 시즌을 끝내는 게 목표다. 그러기 위해서는 수원부터 잡아야 한다. 수원의 배수진 전략의 성공 여부를 확신할 수 없는 이유다.

인천은 수원 자리를 노리고 있다. 호시탐탐 단계에서 당장 칼을 겨눌 태세다. 인천은 이기형 감독대행 체제로 새출발한 이후 3승2무로 목표 100% 완수했다.

인천은 똑같이 감독 사퇴 진통을 겪은 성남과 16일 만난다. '(감독)대행'끼리 첫 대결이다. 인천 입장에서는 감독 교체에도 3연패에 빠진 성남을 상대로 강등권을 탈출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더구나 성남은 지난해 33라운드에서 인천에게 다 잡았던 그룹A를 무산시킨 아픔을 안긴 팀이다. 그래서인지 올 시즌 지금까지 1승1무1패로 성남에 결코 밀리지 않았다.

'수원더비' 승리의 자신감으로 똘똘 뭉친 수원FC(승점 33)도 스플릿 1라운드 광주전에서 11위 재도약의 희망을 찾으려고 한다. 특히 두 팀은 지난 5월 28일 두 번째 대결에서 감독간 신경전을 벌인 이후 "저 팀에게는 절대 패하지 말라"며 여전히 서로 벼르고 있다.

그들끼리의 '강등권 전쟁', 시작부터 살벌하지만 보는 팬들은 흥미롭기만 하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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