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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VP 박정아, 리우의 눈물이 진주로 뭉쳤다

김가을 기자

기사입력 2016-10-03 18:35


사진제공=한국배구연맹

"더 잘 하라고 주신 게 아닐까요."

시련은 우리의 삶에 예고 없이 찾아온다. 누구든 피할 수는 없다. 다만 어떻게 소화하느냐에 따라 미래가 달라진다. 슬픔의 늪에 빠져 전진하지 못하면 시련은 트라우마로 남지만, 전진하려는 용기가 있다면 시련은 희망의 밑거름으로 값진 추억이 된다.

'리우올림픽'에서 혹독한 시련을 겪은 박정아(23·IBK기업은행)가 웃음을 되찾았다.

IBK기업은행은 3일 청주실내체육관에서 열린 KGC인삼공사와의 2016년 청주·KOVO컵 결승에서 세트스코어 3대0(25-21, 25-19, 25-16)으로 완승을 거뒀다. 조별리그부터 4전 전승을 달린 IBK기업은행은 2연속 정상에 오르며 환하게 웃었다.

승리의 중심에는 박정아가 있었다. 박정아는 KGC인삼공사와의 결승에서 혼자 14점을 책임지며 팀 공격에 앞장섰다. 이번 대회 4경기에서 66점을 몰아치며 팀을 우승으로 이끈 박정아는 기자단 투표에서 29표 중 23표를 획득하며 프로 데뷔 후 처음으로 MVP를 차지했다.

시련을 극복하고 얻어낸 뜻깊은 결과다. 박정아는 이번 대회를 앞두고 아픔을 겪었다. 태극마크를 달고 2016년 리우올림픽에 참가했던 박정아에게 네덜란드와의 8강전은 악몽, 그 자체였다. 서브리시브에서 불안한 모습으로 상대서브의 타깃이 되면서 팬들의 지탄을 받았다. 4강탈락의 주범으로 몰아붙인 비난 댓글에 마음을 크게 다쳤다. 상처는 컸다. 어린 선수에게는 평생 잊을 수 없는 고통이었다. SNS 계정까지 닫아야 했다. 소속팀과 대표팀에서 한솥밥을 먹는 이정철 감독은 "(박)정아가 마음 고생을 많이 했다"며 "처음에는 하루 종일 울었다. (괜찮은듯 하다가도) 말을 걸면 (또 다시 감정이 북받쳐) 흥분했다"며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경기 결과 자체가 참담했고, 팬들의 비난은 상처에 소금을 뿌린듯 혹독했다. 하지만 박정아는 눈물 속에 갇혀 있지 않았다. 내일을 향해 배구공을 잡았다.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며 시즌을 준비했다. 헛된 땀방울은 없었다. 시련은 박정아를 한층 단단하고 성숙한 선수로 이끌었다.

"올림픽을 다녀온 이후로 기술보다는 마음이 늘었다. 책임감이나 범실을 했을 때 멘탈적인 부분에서 회복하는 시간이 짧아졌다." 시련이 지나간 자리에 남은 선물이었다.


"(올림픽 때) 나도 많이 답답했다. 경기를 보는 분들도 많이 답답하셨을 거다. 주변에서 많이 도와주셨다. 책임감을 가지고 더 열심히 해야할 것 같다."

박정아는 어제보다는 오늘, 오늘보다는 내일을 이야기했다.

"잘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경기에 나섰다. 개인적으로 100% 만족하지는 않지만, 팀 성적이 따라와서 좋다. 팀을 위해서는 블로킹 등에서 더욱 좋은 모습을 보여야 할 것 같다."

상처받은 어린 선수의 마음을 어루만져 줬던 아름다운 순간, 대한민국 대표선수 박정아의 명예회복을 향한 첫걸음이 이제 막 시작됐다.


청주=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


사진제공=한국배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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