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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배구협회의 비상식적인 행정으로 2016년 프로배구 컵 대회가 파행으로 치달을 전망이다.
협회 비상식적 행정, KOVO 거짓말쟁이로 만들다
지난 13일이었다. 협회는 KOVO와 각 구단에 뜬금 없이 한 통의 이메일을 발송했다. 내용은 선수 등록건이었다. 지난 10년간 KOVO에서 하던 업무를 협회에서 이양해 맡겠다는 뜻이었다. '프로선수가 주축이 되는 국가대표팀 구성에서 무자격 선수가 양산되는 부적절한 상황이 국제스포츠 분쟁으로 비화될 소지가 있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KOVO는 황당했다. 그러나 현실은 협회가 보낸 내용을 이행할 수밖에 없었다. 컵 대회 개막이 눈앞이었다. 협회가 내세운 산하 단체 개념의 명분상 논리에서 KOVO가 불리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협회는 이를 단호히 거부했다. 협회는 팀(선수, 지원스태프, 프런트) 등록을 우선 마쳐야 외국인선수의 ITC 발급이 가능하다는 원칙만 고수했다. 현실을 외면한 일방통행식 통보였다. 팀 등록과 외국인선수 등록은 별개로 진행해도 무방한데도 등록 순서를 고수하는 자체가 이해하기 어려운 행정이다. 마치 협회가 외국인선수 출전 여부를 두고 국내 선수들을 볼모로 잡고 있는 듯한 모양새다.
KOVO는 협회 선수 등록을 거부한다는 입장이 아니었다. 단지 외국인선수에게 한해선 등록 일정을 약간 미뤄달라는 것이었다. 대회가 개막한 뒤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외국인선수 등록까지 마무리짓겠다는 것이 KOVO가 협회에 전달한 내용이었다.
결국 참고 참던 KOVO는 협회의 불통에 폭발했다. KOVO는 구단의 의견을 수렴, 외국인선수 출전을 전면 재검토한 끝에 출전하지 않은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순식간에 거짓말쟁이가 돼 버린 KOVO다. 팬들에게 한 약속을 어기게 됐다. 2016년 리우올림픽을 거치며 높아진 배구에 대한 관심과 인기에 의도치 않게 찬물을 끼얹는 꼴이다. KOVO는 21일 긴급 이사회를 열어 외국인선수 출전 불가에 대한 결론을 낼 예정이다.
협회의 일방통행, 과연 회장의 주장인가
배구협회가 일방통행식 행정을 하고 있다는 사실은 대한농구협회와 비교하면 잘 드러난다. 농구협회는 지난달 18일 같은 내용으로 프로농구연맹과 여자프로농구연맹에 공문을 보냈다. 이미 협회와 연맹 관계자가 선수 등록건으로 많은 소통을 가졌다는 얘기다. 두 협회의 공문 내용에서 소통의 흔적이 드러난다. 농구협회는 등록절차, 제출자료, 등록기간이 간단명료하게 제시돼 있다. 그러나 배구협회 공문은 등록기간도 명시돼 있지 않고 세부규정도 마련돼 있지 않다.
사전조율, 전화 한 통 없이 딸랑 보낸 이메일 한 통으로 협회와 연맹의 골은 깊어지고 있다. 많은 배구계 관계자들은 이번에 추진된 협회 정책이 진정 서병문 신임 배구협회장의 강력한 의지인지 믿기지 않는다는 반응이다. 배구계의 분열과 불신을 화합을 통해 해소하겠다던 서 회장이 내민 첫 카드는 얻는 것보다 잃을게 많은 자충수가 될 공산이 커지고 있다.
한편, 대한배구협회 관계자는 이번 선수등록사안에 대해 "회장님께서 원리 원칙대로 진행하라고 하셨다"며 원칙을 강조했다. 또한 국내선수 등록과 외국인선수 ITC 발급은 별개로 진행돼도 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답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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