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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구 여제' 김연경(28·페네르바체)의 눈물은 마르지 않았다.
가장 궁금한 질문을 먼저 던졌다. "2020년 도쿄올림픽에 출전할 겁니까." 그러자 김연경은 피식 웃었다. 돌아온 대답은 '긍정'이었다. 김연경은 "기회가 되고 여건만 주어진다면 도쿄에 가고 싶다. 올림픽 메달은 진짜 갖고 싶다. 단 그 때까지 좋은 컨디션을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연경은 지난 4년간 배구 선수로서 이뤄야 할 것을 모두 이뤘다. 이미 국내와 일본을 평정한 뒤 유럽 무대도 빠르게 접수했다. 소속 팀 페네르바체를 이끌고 터키리그와 유럽챔피언스리그 우승을 맛보기도 했다. 전 세계에서 배구를 가장 잘 하는 여자 선수로 우뚝 섰다. 연봉도 세계에서 가장 많이 받는 선수가 됐다. 무려 15억원 수준이다. 그만큼 김연경의 존재는 독보적이다. 특히 2년 전 인천아시안게임에서 일본을 두 차례나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러면서 116년 만의 올림픽에서 부활한 여자 골프에서 '골든 그랜드슬램' 달성한 동갑내기이자 '골프 여제' 박인비(KB금융그룹)에 대한 부러움을 내비쳤다. 김연경은 "시상식대 맨 꼭대기에 선 박인비 선수가 너무 부럽더라"며 "나도 올림픽 메달을 따려면 배구 대신 비치발리볼로 전환해야 할까하는 재미있는 상상을 잠깐 했었다"며 농담을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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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경은 올림픽에서 최고의 스타 중 한 명으로 꼽힌다. 세계 최고의 여자배구 선수로 평가받기 때문이다. 이번 리우올림픽에선 '배구 여제' 말고 또 하나의 별명을 얻었다. 바로 '우리 누나'다. 김연경도 상당히 만족스러워했다. "기존에는 축구계의 슈퍼스타 리오넬 메시(바르셀로나)를 빗대 '배구계 메시'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나는 메시보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레알 마드리드)를 더 좋아한다는 얘기를 했는데 네덜란드전이 끝난 뒤 방송 해설위원께서 내가 '배구계의 호날두'로 불리고 싶다라는 말씀을 하셔서 팬들이 호날두의 국내 별명인 '우리 형'인 것을 참고해 내게 '우리 누나'라는 별명을 지어줬다." 김연경은 "세계에서 배구를 가장 잘 하는 건 모르겠고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는 것 같긴 하다"며 수줍은 미소를 지었다.
이번 올림픽을 계기로 여성 팬들 사이에서 '걸크러쉬'의 아이콘으로 급부상한 김연경은 국내에서 배구 외의 바쁜 스케줄을 소화한다. 9월 중순 터키로 돌아가기 전까지 방송 예능 프로그램 출연과 화보 촬영으로 눈 코 틀 새 없는 시간을 보낼 예정이다.
인터뷰의 마침표는 역시 배구 이야기였다. 김연경의 시선은 벌써 도쿄에 맞춰져 있었다. 그러면서 '토탈배구', '스피드배구'를 강조했다. "후위에 있어도 모든 선수들이 공격을 준비하는 현대캐피탈이 하고 있는 토탈 배구를 해야 한다. 세계적 흐름이다. 유럽 팀들은 이미 5~7년 전부터 하고 있다. 지금도 늦었지만 시작이 반"이라고 했다.
또 한국 여자배구에 대한 4년 마스터 플랜도 강조했다. 그녀는 "이제부터 도쿄올림픽에 대한 계획이 중요하다. 항상 그래왔지만 대회 직전에서야 모든 것이 계획되고 준비된다. 도쿄에서 올림픽 메달은 반드시 계획과 실천 방안이 빠르게 수립되느냐에 달려있다"고 당부했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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