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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15일 박 감독이 대한항공 사령탑에 앉았다. 물음표가 뒤따랐다. '대한한공 박 신임 감독은 대표팀 감독을 겸임하는 것일까?' 아니다. 박 감독은 대한항공만 이끌기로 했다. 배구협회도 동의했다. 졸지에 빈 자리가 된 대표팀 감독. 배구협회는 22일까지 감독 공모를 하기로 했다.
논란이 일었다. 화살은 배구협회와 대한항공을 향했다. 배구협회를 향해서는 '대회가 코 앞인데 프로에 감독을 보낸 것은 지나치게 한가한 선택 아닌가'하는 비난이, 대한항공을 향해서는 '대표팀 감독을 빼온 처사다. 최소한 겸임을 허하는 것이 공생'이란 지적이 있었다. 둘 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리 만만치 않다.
대한항공도 팀을 새로 정비해야 하는 중요한 시기다. 다시 일어설 준비를 해야 한다. 물론 대의를 품고 겸임을 받아들일 수도 있다. 그러나 위험부담이 크다. 만약 겸임으로 인해 한 해 농사를 망친다면, 상처는 고스란히 대한항공의 몫으로 남게된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마치 우리가 공공의 적이 된 것 같은 상황이 됐다. 겸임해서 잘 된다면 정말 좋은 그림이 될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섣불리 선택할 수 있는 방향이 아니다. 비판 여론이 있다는 것을 알지만서도 팀을 위한 어쩔 수 없는 결정"이라고 말했다.
결국 대표팀 감독의 열악한 처우로 눈이 돌아간다. 과연 얼마나 어렵길래. 배구협회 관계자는 "현재 협회 자체 사업을 할 수 없다. 유일한 수익사업이었던 슈퍼리그가 프로 출범 이후 소관이 바뀌었다. 협회 수입의 대부분은 정부에서 내려오는 예산이고, 거기에 협회 사무실 임대 수입 일부가 전부"라고 말했다. 이어 "훈련 소집기간 중 대표팀 감독에게 체육회와 협회 수당을 합쳐 월 600만원을 지급하고 있다. 소집기간 외에는 교통비 등 소정의 금액을 지급한다"고 밝혔다. 짊어지는 부담에 비해 높은 금액은 아니다. 안정적이지도 않다. 때문에 박 감독을 붙잡지 못했다. 명예를 강요할 순 없는 노릇이었다. 관계자는 "물론 우리가 잘 해왔다면 이런 일은 없었을 것"이라며 "채찍질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했다.
파장이 크다. 대표팀 감독직을 두고 '독이 든 성배'도 아닌 '사약 그 자체'라는 목소리도 들린다. 하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 촉박한 시간 싸움. 배구협회가 헤쳐나가야 한다. 그 어느 때보다 현명한 판단과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임정택 기자 lim1st@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