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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면 구긴 삼성화재, '명가 재건' 돌입한다

임정택 기자

기사입력 2016-04-10 18:19



"아쉽죠. 솔직히 진짜 아쉽고 미안하죠."

임도헌 삼성화재 감독(44)에게 지난 1년은 '아쉬움'이었다. 임 감독이 이끄는 삼성화재는 2015~2016시즌 NH농협 V리그 남자부 플레이오프에서 OK저축은행에 무릎을 꿇었다. 삼성화재가 챔피언결정전에 오르지 못한 것은 2005년 V리그 출범 이후 최초다. 제대로 체면을 구겼다.

삼성화재는 자타가 공인하는 최고 명문구단이다. 1995년 창단한 삼성화재는 지난 20여년 간 정상의 자리를 굳건히 지켜왔다. 프로리그 출범 전 슈퍼리그 8연패 위업을 달성했다. V리그 도입 원년 챔피언도 삼성화재의 몫이었다. 삼성화재의 찬란한 역사는 꾸준히 이어졌다. 삼성화재는 초대 챔피언을 차지한 것을 포함 11시즌 연속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했다. 그 동안 우승 8회, 준우승 3회를 일궜다. 삼성화재가 최강팀이라는 것에 이견이 없었다. 지난 시즌도 임 감독을 사령탑에 앉히면서 야심차게 출사표를 던진 삼성화재였다. 하지만 결실을 거두지 못했다. 임 감독은 "선수들이 잘 해줬는데 내가 부족했다"고 운을 뗀 뒤 "아무래도 부담감이 많았다. 책임감도 컸다. 할 일이 많았고 내가 많이 부족하다는 것을 느꼈다"고 털어놨다.

삼성화재는 지난 시즌 내내 비판론에 직면했다. 외국인선수에 대한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다는 것. 일각에서는 임 감독의 배구를 '몰빵 배구'라 칭하기도 했다. 하지만 임 감독은 "그런 지적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우리가 크게 잘못됐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우리 구성원이 그렇게 이뤄질 수 밖에 없었다. 따라서 구성원에 맞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사실 임 감독의 지난 시즌은 첫 걸음부터 흔들렸다. 시즌 개막 전 외국인선수 레오가 개인 사정으로 팀에 합류하지 않았다. 다급히 독일대표팀 출신 라이트 괴르기 그로저를 영입했다. 임 감독은 "레오가 있다는 계산으로 리그를 준비했던 측면이 있다. 하지만 갑자기 변화가 생겼다. 레오 대신 라이트 그로저가 합류하면서 기존 라이트 김명진이 잘 나오지 못했다. 그래서 공격이 분산되지 못한 부분이 있다"면서 "그리고 공격력이 있는 외국인선수를 데려오기 때문에 많이 때릴 수 밖에 없는 것도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지난 시즌 거둔 소기의 성과도 있었다. 임 감독은 "류윤식 최귀엽 등은 그 동안 풀시즌을 뛰지 못했다. 그러나 이번에 거의 풀로 나섰다. 이런 부분들이 다음 시즌 좋은 효과로 나타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명가 재건'을 노리는 삼성화재. 임 감독은 첫 단추로 기본기를 꼽았다. 그는 "다음 시즌에는 기존 삼성화재의 배구와는 다른 모습을 보일 것"이라며 "손발이 잘 맞아 매끄럽게 돌아가는 배구를 구사할 계획"이라고 했다. 이어 "그렇기 위해서는 기본기가 가장 중요하다. 지난 주부터 훈련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는데 초등학교 선수들이 하는 연습을 위주로 하고 있다(웃음)"며 "지난 시즌 팬들에게 참 미안했다. 하지만 오는 시즌에는 다를 것이다. 기본기가 강하고 모두가 공격, 수비를 할 수 있는 탄탄한 배구를 선보일 것"이라고 다짐했다.


임정택 기자 lim1st@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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