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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리그 챔프전 서막, '세터 싸움'이 운명 쥐고 있다

임정택 기자

기사입력 2016-03-17 17:51


현대캐피탈의 노재욱(왼쪽)과 OK저축은행의 곽명우.

세터 싸움에 운명이 달렸다.

'배구는 세터 놀음'이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세터의 역할이 중요하다. 세터의 판단에 따라 승패가 좌우될 수도 있다. 18일 천안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릴 현대캐피탈과 OK저축은행의 2015~2016시즌 NH농협 V리그 남자부 챔피언결정전 1차전. 세터 대결이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주인공은 노재욱(24·현대캐피탈)과 곽명우(25·OK저축은행)다. 노재욱은 현대캐피탈 '스피드배구'의 핵이다. 스피드배구의 생명은 세터의 빠른 판단과 토스워크다. 노재욱이 충실히 해냈다. 노재욱은 타점 높은 빠른 토스와 이를 받쳐주는 민첩한 토스워크를 자랑한다. 과감성과 배짱도 장점이다. 최태웅 현대캐피탈 감독은 "어리지만 굉장히 성장했다. 특히 큰 경기에서도 배짱있게 플레이 한다"고 말했다. 곽명우는 다른 색깔을 지녔다. 곽명우는 안정적인 토스가 강점이다. 토스의 안정감만큼은 부상으로 이탈한 주전 세터 이민규에 밀리지 않는다는 평가다.

스타일 차이는 기록에서도 드러난다. 노재욱은 속공으로 연결하는 세트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속공시 세트 성공률 63.1%를 기록했다. 곽명우(60.2%)보다 약 3% 높은 수치다. 반면 오픈 공격 시 세트 성공률에서는 곽명우(44.0%)가 노재욱(41.7%)에 앞섰다.

그러나 다소 체급 차이가 있다. 경험, 동료와의 호흡에서 노재욱이 우세하다. 프로 2년차 노재욱은 올 시즌 현대캐피탈 주전으로 거듭났다. 팀의 정규리그 우승과 최다연승 신기록(18연승) 달성에 중추적인 역할을 했다. 시즌 초반부터 꾸준히 경기를 소화했다. 동료들과의 찰떡 호흡을 선보였다.

곽명우는 무게감이 덜 하다. 백업에 머물러있었다. 곽명우는 1월 이민규가 어깨 부상으로 이탈하면서 코트를 밟았다. 노재욱에 비해 경기 경험이 떨어진다. 동료들과의 호흡도 완성수준이 아니다. 맞춰가는 단계다. 김세진 OK저축은행 감독은 "(곽명우가)잘 해주고는 있지만 생각이 너무 많아 자기 플레이를 펼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사실 대학시절까지만 해도 곽명우가 노재욱보다 돋보이는 세터였다. 둘은 성균관대 1년 선후배 사이다. 당시 곽명우는 대학무대 최고 세터로 이름을 날렸다. 노재욱은 곽명우의 그늘에 가려져 있었다. 현재 무게추는 노재욱에 기울어있는 형국이다. 하지만 가진 재능을 놓고 보면 곽명우도 결코 뒤지지 않는다.

두 세터의 수 싸움. 어떤 그림이 펼쳐질지 예측하기 어렵다. 변수가 있다. 경기 감각이다. 현대캐피탈은 6일 우리카드와의 V리그 6라운드가 마지막 경기였다. 약 11일 동안 경기가 없었다. 훈련으로 대비한다고 해도 실전과는 다르다. OK저축은행은 삼성화재와의 플레이오프를 치렀다. 삼성화재에 2연승을 거두며 챔피언결정전에 오른 만큼 상승세를 타고 있다. 곽명우는 큰 경기를 치르면서 감각을 끌어올렸다.


임정택 기자 lim1st@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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