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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선수들이 경기 중에 쓰러지지만 않았으면 좋겠어요."
하지만 대표팀의 어려운 사정을 모르는 국내 팬들에게 부상은 패배에 대비한 핑계가 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선수들은 이를 더 악물었다. 예상밖의 성적을 냈다. 조별예선과 8강 플레이오프에서 파죽의 5연승을 달리면서 8강전을 1위로 올랐다. 사실 가장 중요한 경기는 6일(한국시각) 열린 일본전이었다. 월드리그 1승3패에 대한 설욕 명분도 있었지만, 8강부터 토너먼트로 펼쳐져 패배시 5~8위전으로 추락할 수 있었다. 리우올림픽 세계예선에 출전하기 위해선 중국과 순위가 한 단계 이상 차이가 나면 안되기 때문에 한국의 4강 진출이 반드시 필요했던 상황이었다.
하지만 한계에 부딪혔다. 한국은 일본과의 8강전에서 세트스코어 2대3(23-25, 16-25, 25-20, 25-15, 13-15)로 석패했다. 이날 문 감독은 반쪽짜리 선수 구성으로 일본에 맞서야 했다. 서재덕마저 대회 도중 어깨 부상까지 겹치면서 원포인트 서버밖에 활용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이날 먼저 두 세트를 잃은 문 감독은 3세트부터 서브 범실을 줄이고 블로킹으로 일본을 요리하는 전략을 펼쳤다. 제대로 먹혀들었다. 집중력을 잃지 않았던 한국은 결국 승부를 5세트까지 몰고갔다. 그러나 마지막 13-14로 뒤진 상황에서 일본의 반격에 당해 무릎을 꿇고 말았다.
문 감독의 말대로 선수들은 정신력으로 버텨왔다. 8강 진출도 기적이라고 말하고 싶다. '스피드 배구'로 아시아 정상권까지 치고 올라온 태국과 '아시아 최강' 이란까지 꺾은 것은 주장 권영민(KB손해보험)을 중심으로 선수들이 하나로 뭉쳐 받은 선물이었다.
가장 아쉬운 점은 대회 준비 과정이다. 대표 선수 차출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았다. 개인 사정에 발목이 잡힌 선수도 있었고, 태극마크에 대한 책임감이 떨어져 데려오지 못한 선수도 있었다. 또 소속 팀의 이기주의로 인해 뽑지 못한 선수도 있었다. 감독의 읍소에도 불구하고 출발부터 삐그덕대던 대표팀이었던 것이다.
V리그는 명실상부 국내 동계스포츠 1등 종목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국내 인기는 대표팀의 인기와 비례한다. 국제대회의 좋은 성적 없이는 V리그 인기는 제자리걸음 또는 하락이 불보듯 뻔하다. 소속팀과 대표팀의 입장차는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일본전 패배를 통해 배구인들이 숲을 보는 지혜가 필요해 보인다.
테헤란(이란)=김진회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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