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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비' 강조한 기업은행, '닥공' 외친 도로공사 잠재웠다

김진회 기자

기사입력 2015-03-29 21:46



"공격 삼각편대도 있는 반면, 궂은 일을 도맡아 하는 삼각편대도 있다." 이정철 IBK기업은행 감독은 결전을 앞두고 '수비'를 변수로 꼽았다. 레프트 채선아, 리베로 남지연의 안정된 서브 리시브와 세터 김사니의 노련한 경기 운영이 이 감독이 들고 나온 준비물이었다.

서남원 도로공사 감독의 생각은 달랐다. '닥공(닥치고 공격)'을 외쳤다. "먼저 받아주는 선수가 잘 해줘야 하지만, '더 공격적으로 하자'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정규리그에서 기업은행을 꺾었던 2, 4라운드를 떠올렸다. 서 감독은 "당시 공격 성공률이 기업은행보다 1%라도 더 좋았을 때 이겼다. 공격이 막혔을 때 커버와 공격 이후 반격 과정도 강조했다"고 말했다. 기록이 말해줬다. 도로공사는 정규리그에서 기업은행에 유독 약했다. 상대전적 2승4패로 뒤졌다. 그러나 두 차례 승리를 거뒀던 2라운드(40.25%)와 4라운드(42.71%)에선 공격 성공률이 기업은행보다 각각 1.99%와 3.15% 앞섰다.

29일 성남실내체육관에서 뚜껑이 열렸다. 무대는 2014~2015시즌 NH농협 V리그 여자부 챔프전 2차전이었다.

승부는 양팀 사령탑의 말대로 흘렀다. 기선제압은 기업은행의 몫이었다. 수비가 잘 됐다. 기업은행은 채선아와 남지연이 각각 50%와 40%의 리시브 성공률을 보였다. 기업은행의 리시브 성공률은 45%였다. 반면, 도로공사의 화력은 밋밋했다. 공격 성공률이 26.32%로 저조했다. 이날 서 감독은 베테랑 세터 이효희에게 주포 니콜을 좀 더 적극적으로 활용하라고 주문했다. 1세트 니콜의 공격 점유율은 65.79%였다. 그러나 니콜은 서 감독의 전략에 부응하지 못했다. 공격 성공률이 28%에 그쳤다.

하지만 '닥공'을 외친 도로공사의 공격력은 2세트에서 살아났다. 공격의 시작인 서브부터 불을 뿜었다. 레프트 문정원표 레이저 서브가 2세트 초반부터 기업은행의 리시브를 흔들었다. 레프트 황민경의 강서브도 가세됐다. 문정원과 황민경은 나란히 서브 에이스 1개씩을 기록했다. 기업은행의 서브 리시브는 1세트보다 좋은 47.82%를 기록했지만, 도로공사의 화력이 더 강했다는 것이 증명됐다. 니콜은 홀로 11득점을 폭발시켰다. 공격 성공률도 52.38%로 끌어올렸다.

3세트는 기업은행이 다시 따냈다. 탄탄한 수비력이 돋보였다. 리시브율은 무려 58.33%였다. 수비가 되자 공격 삼각편대가 펄펄 날 수밖에 없었다. 데스티니(8득점)를 비롯해 박정아(6득점)과 김희진(3득점)이 팀 공격을 이끌었다. 들쭉날쭉한 공격력을 보이던 도로공사는 33.33%의 공격 성공률을 보이며 상승 분위기가 잦아드는 듯했다. 그러나 4세트 초반, 도로공사가 분위기를 전환시켰다. 니콜과 장소연 등 공격력이 재가동됐다. 점수차는 12-6까지 벌어져 도로공사가 승리하는 듯 보였다. 그러나 방심은 금물이었다. 기업은행의 수비력이 폭발했다. 남지연은 니콜의 스파이크를 환상적인 디그로 걷어올렸다. 기업은행은 강한 집중력을 발휘하며 추격하기 시작하더니 도로공사를 19점에 묶어두고 역전했다. 이후 김희진의 속공이 살아나면서 기업은행이 웃었다.

결국 배구는 공격보다 수비가 먼저라는 것을 제대로 보여준 한 판이었다. 기업은행은 적지에서 2연승을 거두면서 챔프전 우승까지 1승만 남겨두게 됐다.

성남=김진회기자 manu35@sportschosun.com


◇2014~2015시즌 NH농협 V리그 챔피언결정전 2차전(29일)

기업은행(2승) 3-1 도로공사(2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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