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프로배구, '슬픔'에 빠진 안산에 '위로' 전하다

이건 기자

기사입력 2014-07-27 16:52 | 최종수정 2014-07-28 07:39


스포츠의 또 다른 이름은 '힐링'이다. 온나라가 깊은 슬픔에 잠겨 있을 때도 스포츠는 말없이 다가와 혼신의 힘을 다해 따뜻한 위로를 건넨다. 프로배구가 경기도 안산시민들에게 위로를 선물했다. 2014년 안산·우리카드컵 프로배구대회를 통해서였다.

4월 16일이었다. 서해 진도 앞바다에서 세월호가 침몰했다. 사망자는 294명. 아직 10명이 실종상태다. 안산시가 직격탄을 맞았다. 세월호에는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떠났던 안산 단원고 2학년 학생들이 타고 있었다. 학생과 교사 262명이 희생됐다. 안산시 전체가 슬픔에 잠겼다.

한국배구연맹(KOVO)은 걱정이 앞섰다. 안산에서 KOVO컵 개최는 이미 세월호 참사 이전부터 확정된 상태였다. 하지만 무턱대고 강행할 수 없었다. 시민들의 정서를 고려해야만 했다. 개최 자체를 주저할 수밖에 없었다. 장소 이전도 고려했다. 이때 안산시가 나섰다. 꼭 KOVO컵을 개최해 슬픔에 빠진 안산시민들에게 위로가 되어달라고 부탁했다.

오랜 논의 끝에 컵대회를 예정대로 개최하기로 했다. 슬로건도 '함께라면 무엇이든 해낼 수 있다'는 의미의 '투게더 위 캔(Together We Can)'으로 정했다. 치어리더를 활용한 응원도 하기로 했다. 하루 빨리 활력을 찾아야만 슬픔에서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실질적인 행동도 있었다. 안산시 청소년들에게 입장료를 받지 않기로 했다. 청소년 무료입장을 결정했다. 비록 5000원 정도의 작은 돈이지만 마음만으로도 위로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대회 입장 수익금 전액도 안산시에 기부하기로 했다.

안산을 연고로 하고 있는 남자부 OK저축은행도 나섰다. 선수들은 노란색 유니폼을 입고 나섰다. 앞면에는 '우리 안산(We Ansan)'이라는 문구를, 뒷면에는 '기적을 일으키자!'를 새겼다. 일체의 기업홍보나 광고, 스폰서 이름도 넣지 않았다. 올 시즌부터 러시앤캐시에서 OK저축은행으로 사명을 바꾸었던 만큼 홍보가 필요했던 상황이었다. 하지만 OK저축은행은 통큰 결단을 내렸다. 다른 팀들도 동참했다. 선수들과 감독들은 모두 상의 왼편 가슴에 세월호 추모를 상징하는 노란 리본을 달았다.

27일 결승전은 대성황이었다. 3000여 좌석은 배구팬들로 가득 찼다. 청소년 관중들도 상당히 많았다. 배구장을 찾은 한 팬은 "그동안 안산은 슬픔에 빠져 있었다. 그래도 배구대회가 열리면서 다소 활력을 찾았다"고 말했다. KOVO 관계자 역시 "대회 개최에 대해 걱정이 많았다. 다행스럽게도 많은 팬들이 찾아주셨다. 스포츠가 훌륭한 위로가 된다는 사실에 뿌듯함을 느낀다"고 밝혔다.
안산=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