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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쪽 이야기를 다 들어봤다. 서로 잘못이 없단다. 말하는 근거가 그렇게도 보인다.
갈수록 안타까운 쪽으로 일이 흘러간다. 김연경 사태가 말이다.
김연경은 15일 서울 중구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흥국생명과 대한배구협회(KVA), 한국배구연맹(KOVO)에게 5가지 요구사항을 내걸었다. 흥국생명에는 "지난해 9월 7일 작성한 합의서를 무효로 하고, 김연경의 원소속 구단(club of origin) 존재 여부를 KVA를 통해 국제배구연맹(FIVB)에 질의하라"고 요구했다. KVA의 중재로 김연경과 흥국생명이 만나 작성한 9월 7일 합의서에는 '김연경은 흥국생명 소속을 토대로 해외 진출을 추진하고 기간은 2년으로 하되 이후 국내리그에 복귀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답변 시한도 못박았다. 25일까지라고 했다. 그러면서 태극마크를 볼모로 내세웠다.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국가대표 팀에서도 뛰지 않겠다"고 했다.
정말 안타깝기만 하다. 김연경은 세계 최정상급 공격수다. 한국 배구계에서 이런 선수가 다시 나올지 장담할 수 없다. 보물이자 자산이다. 그런데 태극마크까지 반납하겠다니. 심정은 충분히 이해가 간다. 하지만 그런 말까지는 나오지 않았으면 좋았을 것 같다. 태극마크는 흥정의 도구가 아니다.
김연경의 에이전시인 인스포코리아는 "분명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라는 전제를 붙였다. 25일까지 흥국생명과 KOVO, KVA에서 답변이 온다면 문제가 쉽게 해결될 수도 있다"고 했다. 이 무슨 순진한 생각인가. 그 많은 시간동안 싸웠다. 소통이 제대로 이뤄진 걸 본 적이 없다. 그런데 이제 천지가 개벽해서 말이 잘 통할수도 있다? 내가 보기에는 아니다. 또 불통, 그리고 불화, 반목만 더해질 것 같다. 그리고는 또 서로의 잘못이라고 삿대질만 할 것 같다.
뭐, 이 자리에서는 서로의 잘잘못을 논하고 싶지 않다. 입만 아프다. 그냥 공자님 말씀같이 들릴 수 있는 몇마디만 하련다.
이 사태를 보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항상 실망감을 줄 것이란 기대감을 여지없이 채워주는 국회의 모습과 비슷하다는 느낌이다. 양보없는 평행선, 항상 서로의 잘못이라는 논리. 갈수록 각박해지는 사회의 한 단면같기도 하다. 어느 책에서 이런 대목을 읽은 적이 있다. '약간 손해보며 산다는 마음으로 살자. 우리는 자신이 한 일은 잘 기억하지만 남들이 해 준 일은 쉽게 잊는다. 때문에 약간 손해본다는 것이 알고보면 모두 비슷하게 사는 것이다.' 생각해보면 정말 그런 것 같다. 그리고 이번 사태의 당사자들이 한번쯤 되새겨봤으면 한다.
한발 물러서면 못 보던 것이 보인다고 한다. 양쪽 모두 자신만 옳다며 달려가기만 했다. 이제는 감정적으로 치닫고 있는 듯 하다. 잠깐, 한숨을 돌려보자. 멈추고 다시 한번 곰곰히 생각해보자. 어떻게 해야 해결책을 찾을 수 있는지. 지금 보면 해결책에는 관심이 없는 모습이다. 일방적인 양보만 요구하고 있다. 세상에 그렇게 해결되는 일은 없다. 한쪽만 잘못해서 분쟁이 생기는 법도 없다. 분명 나에게도 잘못이 있다. 무슨 케케묵은 '양비론'이라고 할 지 모르겠다. 하지만 사실이다. 한발 물러서면 그게 다 보인다.
불통의 문제는 경청으로 풀어야 한다. 내 말을 하는 것이 아니라, 먼저 듣는 게 우선이다. 그것도 이해하려는 마음으로 들어야 한다. 그러면 붙통, 불화가 생기지 않는다. 뭐, 누구나 다 아는 말이다. 수많은 책에서도 이야기하고 있다. '너 잘났다'라고 말할 사람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이게 사실이다. 다 알고 있지만, 잘 되고 있지 않는 사실이다.
물론 나도 그렇게 하고 있지 못하다. 머리속에만 있지, 행동하는 게 쉽지 않다. 하지만 지금 꼭 필요한 일이다. 이 공자님 같은 말들이 답이 될 수 있다.
쓰고 보니 원론적인 언급만 했다. 누구나 다 아는 말만 했다. 어쨌든 서로가 원하는 게 상대의 파멸은 아닐 것이다. 손을 내밀고 싶어도 너무 많이 지나쳐와서 못하는 마음이 있을 수 있다. 가끔은 손해보는 마음도 필요하다. 멈추고 돌아보는 것이 답이 되는 경우가 많다.
신보순기자 bsshi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