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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 잃은' 레오의 슬프도록 아름다운 스파이크

이건 기자

기사입력 2012-11-18 17:56


개막을 앞둔 프로배구. 올시즌 가빈의 빈자리를 책임질 삼성화재 새로운 용병 레오나르도 레이바 마르티네즈가 신치용 감독과 포즈를 취했다.

용인=전준엽 기자 noodle@sportschosun.com/2012.10.19/

현대캐피탈과의 라이벌전을 사흘 앞둔 15일 레오(삼성화재)의 표정은 어두웠다.할아버지의 임종 소식 때문이었다.

레오가 할아버지를 본 것은 3년전이 마지막이었다. 상심이 큰 레오를 보자 신치용 삼성화재 감독은 "경기가 문제가 아니다. 당장 쿠바에 다녀와라"고 했다. 하지만 레오는 갈 수가 없었다. 레오는 해외에서 뛰기 위해 2009년 쿠바를 떠났다. 미국령인 푸에르토리코에서 미국 영주권을 얻었다. 마음대로 쿠바를 왔다갔다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그동안 쿠바의 있는 가족들과는 전화 통화로 안부를 물었다. 삼성화재 선수단 전체가 나섰다. 레오를 볼 때마다 진심어린 위로를 건넸다. 신 감독도 레오를 훈련에서 열외했다. 상처부터 치유하게끔 했다.

레오는 구단의 배려에 감동했다. 자신을 단순한 외국인 선수가 아닌 팀의 일원으로 생각해준 것에 눈물을 흘렸다. 이튿날인 16일부터 훈련에 복귀했다. 그 어느때보다도 더욱 훈련을 열심히 했다.

18일 대전충무체육관에 나선 레오는 진중한 모습이었다. 공격이 성공할 때마다 하늘을 바라보며 검지를 치켜들었다. 하늘나라로 간 할아버지를 기렸다. 이 날 레오는 33점을 올렸다. 공격성공률은 60.4%에 달했다. 삼성화재는 레오의 활약에 힘입어 현대캐피탈을 3대1(28-30, 25-22, 25-20, 25-21)로 눌렀다. 파죽의 4연승을 달렸다.

경기 후 신치용 감독은 인터뷰장에서 레오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수고했다는 의미였다. 동시에 선물도 안겼다. 삼성화재는 레오의 가족을 불렀다. 푸에르토리코에서 만난 여자친구와 그 사이에서 낳은 한살난 아들과 함께 살게 했다. 선수단 숙소 인근 48평형 아파트를 거처로 준비했다.

레오는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많이 슬펐지만 이제는 회복됐다. 팀에서 많은 힘이 되줬다. 동료들이 계속 볼 때마다 격려해주고 힘을 줬다"고 했다. 이어 "내일(19일) 가족이 온다. 3개월 동안 아들을 보지 못했다. 가족은 내가 선수로 뛰는 데 있어 가장 기초적인 원천이다"고 말했다.

한편, 뒤이어 열린 여자부 경기에서는 도로공사가 인삼공사를 3대0(25-16, 25-22, 25-19)으로 눌렀다. 도로공사는 2승2패를 기록하며 3위로 점프했다.
대전=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


◇2012~2013시즌 NH농협 V-리그 전적(18일)

삼성화재(4승) 3-1 현대캐피탈(3승1패)

도로공사(2승2패) 3-0 인삼공사(1승3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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