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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캐피탈과 러시앤캐시의 2012~2013시즌 NH농협 V-리그 1라운드 경기가 열린 7일 천안유관순체육관. 세트스코어 2-0으로 앞선 가운데 진행된 3세트였다. 23-15로 현대캐피탈이 승리를 눈앞에 두었다. 선수 교체가 있었다. 등번호 18번을 단 선수가 들어갔다. 다른 선수들 어깨에 겨우 닿는 작은 키, 약간은 통통한 체형이었다. 그가 들어가자 체육관은 박수 소리로 가득찼다. 2007년 은퇴 후 5년만에 복귀한 '월드리베로' 이 호(39) 현대캐피탈 플레잉코치였다.
전국체전에서의 활약은 기회로 이어졌다. 하종화 현대캐피탈 감독이 찾아와 복귀를 권했다. 하 감독도 처음에는 이 코치에게 수비 인스트럭터를 제안하려 했다. 현대캐피탈의 약점인 수비 보강을 위해서였다. 하지만 전국체전에서 뛰는 것을 본 뒤 마음을 바꾸었다. 뛸 수 있을 듯 했다. 플레잉코치직을 제안했다.
이 코치는 고민에 빠졌다. 가족들은 반대했다. '월드리베로'라는 명성에 금이 갈 수도 있었다. 배구만 생각했다. 코트만 생각하면 가슴이 뛰었다. 복귀를 결정했다. 이 코치는 지난달 23일 현대캐피탈 숙소로 들어갔다.
러시앤캐시전 출전은 예상하지 못했다. 2라운드나 되서야 출전이 가능할 것이라 예상했다. 경기가 급격하게 현대캐피탈쪽으로 기울자 하 감독은 이 코치를 내보냈다. 팬서비스였다. 이 코치는 "경기장에 들어갈 때 크게 떨리지 않았다. 후인정과 최태웅도 마침 코트에 있더라. 마치 옛날에 경기하는 기분이었다"고 했다. 이 코치는 러시앤캐시의 강한 서브를 받아내 최태웅에게 배달했다. 100%의 리시브 성공률을 기록했다. 성공적인 복귀 신고였다.
V-리그 최고령 선수로 복귀한 이 코치의 첫번째 목표는 팀 우승이다. 그는 "팀 우승을 위해 아직 경험과 기량이 부족한 리베로 박종영(26), 정성민(24)에게 노하우를 전수하겠다"고 했다. 개인적인 목표는 크지 않다. "5년만에 돌아왔다. 어떤 기량을 보여줄 수 있을지는 나도 아직은 모르겠다"면서 "다만 경기에 들어가면 내 모든 것을 다 바치겠다"고 다짐했다.
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