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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만의 복귀' 월드리베로 이 호 "내 모든 것 다 바치겠다"

이건 기자

기사입력 2012-11-08 17:32


7일 천안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2012~2013시즌 NH농협 V-리그에서 현대캐피탈의 이 호 플레잉코치가 러시앤캐시의 서브를 받아내고 있다. 사진제공=현대캐피탈

현대캐피탈과 러시앤캐시의 2012~2013시즌 NH농협 V-리그 1라운드 경기가 열린 7일 천안유관순체육관. 세트스코어 2-0으로 앞선 가운데 진행된 3세트였다. 23-15로 현대캐피탈이 승리를 눈앞에 두었다. 선수 교체가 있었다. 등번호 18번을 단 선수가 들어갔다. 다른 선수들 어깨에 겨우 닿는 작은 키, 약간은 통통한 체형이었다. 그가 들어가자 체육관은 박수 소리로 가득찼다. 2007년 은퇴 후 5년만에 복귀한 '월드리베로' 이 호(39) 현대캐피탈 플레잉코치였다.

이 코치는 1995년 현대캐피탈의 전신인 현대자동차 써비스에 입단했다. 1997년 리베로 제도가 도입되면서 날개를 달았다. 2000년 태극마크를 달았다. 한국을 넘어 세계 최고의 리베로로 평가받았다. 2007년 12월 1일 천안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삼성화재와의 2007~2008시즌 개막전에서 동료들과 관중들의 박수를 받으며 코트를 떠났다. 2009년 6월 현대건설 수석코치를 맡으면서 지도자로 변신했다. 지난시즌까지 3시즌동안 우승 1회, 준우승 2회를 이끌었다. 하지만 시즌이 끝나자 다시 야인이 됐다.

10월 전국체전을 앞두고 친구인 김성면 부산시 체육회 감독이 찾았다. 1주일 정도 훈련하고 코트에 나섰다. 리베로로 전 경기를 소화했다. 부산시체육회는 동메달을 따냈다.

전국체전에서의 활약은 기회로 이어졌다. 하종화 현대캐피탈 감독이 찾아와 복귀를 권했다. 하 감독도 처음에는 이 코치에게 수비 인스트럭터를 제안하려 했다. 현대캐피탈의 약점인 수비 보강을 위해서였다. 하지만 전국체전에서 뛰는 것을 본 뒤 마음을 바꾸었다. 뛸 수 있을 듯 했다. 플레잉코치직을 제안했다.

이 코치는 고민에 빠졌다. 가족들은 반대했다. '월드리베로'라는 명성에 금이 갈 수도 있었다. 배구만 생각했다. 코트만 생각하면 가슴이 뛰었다. 복귀를 결정했다. 이 코치는 지난달 23일 현대캐피탈 숙소로 들어갔다.

5년만에 하는 훈련은 쉽지 않았다. 몸부터 만들어야 했다. 숙소에 들어갈 당시 체중은 87㎏이었다. 목표는 전성기 때 체중인 83~84㎏이었다. 지방을 근육으로 바꾸었다. 초반에는 매일밤 근육통에 시달렸다. 현재는 85㎏을 유지하고 있다.

러시앤캐시전 출전은 예상하지 못했다. 2라운드나 되서야 출전이 가능할 것이라 예상했다. 경기가 급격하게 현대캐피탈쪽으로 기울자 하 감독은 이 코치를 내보냈다. 팬서비스였다. 이 코치는 "경기장에 들어갈 때 크게 떨리지 않았다. 후인정과 최태웅도 마침 코트에 있더라. 마치 옛날에 경기하는 기분이었다"고 했다. 이 코치는 러시앤캐시의 강한 서브를 받아내 최태웅에게 배달했다. 100%의 리시브 성공률을 기록했다. 성공적인 복귀 신고였다.

V-리그 최고령 선수로 복귀한 이 코치의 첫번째 목표는 팀 우승이다. 그는 "팀 우승을 위해 아직 경험과 기량이 부족한 리베로 박종영(26), 정성민(24)에게 노하우를 전수하겠다"고 했다. 개인적인 목표는 크지 않다. "5년만에 돌아왔다. 어떤 기량을 보여줄 수 있을지는 나도 아직은 모르겠다"면서 "다만 경기에 들어가면 내 모든 것을 다 바치겠다"고 다짐했다.
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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