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레오야, 설악산 좋았지?"
하지만 미덥지 않았다. 체중이 78kg밖에 나가지 않아 국내에서 통할 수 있을 지 미지수였다. 신 감독은 고희진 여오현 등 고참들을 불러 레오의 기량에 대해 의견을 물었다. 선수들은 입에 침이 마르도록 레오를 칭찬했다. "배구의 이해력이 좋은 선수인 것 같다. 바둑으로 비교하면 두수, 세수를 내다볼 줄 안다. 높은 질의 배구를 할 수 있는 선수다. 기술도 완벽하다. 체중은 불리기만 하면 된다."
레오가 삼성화재에서 훈련한 지 2주 정도 됐을 때였다. 신 감독이 베테랑들의 의견을 적극 수렴해 레오를 낙점하려 할 때 약간의 불화가 발생했다. 혹독하기로 유명한 삼성화재의 훈련 강도에 레오가 혀를 내둘렀다. 신 감독의 훈련 강도가 더 강해지자 레오가 반기를 들었다. 신 감독이 선수들에게 정신력 무장을 위해 운동장을 뛰라고 지시했는데 레오가 종아리가 아프다는 핑계로 뛰는 것을 거부했다. 신 감독과 레오는 곧바로 면담을 가졌다. 신 감독은 지도자 생활만 30여년이 넘는다. 좋은 선수를 보는 혜안을 가지고 있다. 팀의 절대적인 영향을 끼치는 외국인선수를 보는 눈은 더 까다롭다. 또 자유분방한 외국인선수를 다루는 자신만의 비법도 가지고 있다. 신 감독은 훈련을 거부하는 레오에게 30분 동안 따끔하게 충고한 뒤 마지막으로 한 마디를 던졌다. "하기 싫으면 짐싸고 고향으로 돌아가." 그러자 레오는 곧바로 꼬리를 내렸다. 아내와 두 아들을 책임지는 가장이었기에 무책임한 모습을 보여줄 수 없었다. 레오가 미안함을 전하자 신 감독도 이내 화를 누그러뜨렸다. 신 감독은 "삼성화재가 외국인선수를 어떻게 다뤘는지는 잘 알 것이다. 외국인선수는 자신이 외국인이라는 부분을 지워야 한다. 팀에 녹아들고 헌신하는 모습이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제 레오는 '삼성맨'이 다 됐다. "쿠바도 훈련이 강한데 삼성화재처럼 강하진 않다. 그래도 팀의 한 일원으로 승리에 보탬이 되고 싶다"고 밝혔다.
요즘 신 감독이 레오에게 주문하는 것은 하나다. '인상을 밝게 하라.' 레오의 부탁이 있었지만, 신 감독은 이마저도 단칼에 잘랐다. 레오는 '자신의 기분이 좋지 않을 때 코트 안에서 인상을 쓰는 모습이 있는데 이해해 달라'고 얘기했단다. 신 감독은 "'네가 인상을 쓰면 팀 분위기가 안좋아지니 밝은 인상을 유지하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구미=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