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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꽃 튄 감독-심판계 두 거장의 전쟁 결말은 '웃음'이었다

김진회 기자

기사입력 2012-01-31 14:46


지난 24일 대한항공-삼성화재전 이후 신치용 삼성화재 감독(오른쪽)이 김건태 주심과 언쟁을 펼치고 있다. 인천=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

신치용 삼성화재 감독(57)은 뚝심있는 지도자다. 1995년부터 16년여간 한 길만 걸었다. 삼성화재와 희노애락을 함께했다. 신 감독은 프로 스포츠 단일 종목 중 최장기간 단일팀을 맡고 있는 지도자로 신기록을 세우고 있다. 과정은 힘들었지만 마지막엔 웃었다. 1997~2004년까지는 슈퍼리그 8연패의 업적을 이룩했다. 2005년 프로배구 태동부터 7시즌 동안 다섯 차례 우승을 일궈냈다. 신 감독은 삼성화재를 명문팀으로 성장시키고 유지시킨 인물이다. 자부심과 자존심이 강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신 감독은 31일 자존심을 내려놓았다. 지난 24일 대한항공전(2대3 패)에서 경기가 끝난 뒤 김건태 주심과의 언쟁으로 한국배구연맹(KOVO) 상벌위원회에 회부된 자리에 참석해 쿨하게 자신의 잘못을 뉘우쳤다. "이미 끝난 일이다. 그러나 내가 잘못한 부분을 인정한다. 경기가 끝난 뒤 팬들에게 불미스런 모습을 보이지 말았어야 했다." 신 감독은 짧은 답변을 마치고 곧장 4라운드 마지막 경기를 펼칠 구미로 향했다.

당시 신 감독은 5세트 7-6으로 앞선 상황에서 세터 유광우의 토스 때 상대 블로커가 오버네트를 범했다고 김 주심에게 항의했다. 그러나 김 주심은 세터의 토스가 마무리된 뒤 상대 선수의 손에 맞았다고 판정했다. 경기가 끝난 뒤 신 감독은 김건태 심판과 심한 언쟁을 벌였는데 이 모습이 방송 중계화면에 그대로 잡혔다. 팬들 사이에선 화제가 됐다.

이날 신 감독과 함께 상벌위원회에 회부된 김건태 KOVO 전임심판(57)도 심판계 입지적인 인물이다. 선수생활을 거쳐 20년간 국제심판으로 활동했다. 유창한 영어실력 뿐만 아니라 현미경 같은 명확한 판정을 내리기로 유명하다. '포청천'이란 별명을 가지고 있는 이유다. 김 심판은 상벌위원회에 참석하기 위해 KOVO 사무실에 들어올 때까지만 해도 상기된 모습이었다. 자신은 피해자라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김 심판도 꼬리를 내렸다. 신 감독과 같이 잘못을 인정했다. "신 감독과 나는 동반자다. 배구계에서 한두번 볼 사람들이 아니지 않냐"라며 신 감독의 손을 맞잡았다. 결국 신 감독과 김 심판의 불꽃튀던 자존심 전쟁은 환한 웃음속에 종결됐다.

앙금은 풀었지만, 벌은 달게 받아야 한다. 이날 KOVO 상벌위원회는 신 감독에게 '징계 및 징계금, 반칙금 부과기준' 4조 2~3번에 의거 징계금 200만원을 부과했다. 심판 귀책사유에 적용을 받지 않는 김 심판은 상벌위원회 결정에 따라 50만원 징계를 받았다.

상암=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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