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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젤코 존경하게 된 서재덕, 프로서 처음느낀 에이스 부담감

김진회 기자

기사입력 2012-01-01 15:01


서재덕(왼쪽). 수원=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

여느 팀들이 그러하듯 '믿을맨'은 푸른 눈의 용병들이다. 서브 리시브가 흔들려 토스가 힘들 경우 여지없이 볼은 용병에게 이어진다. 또 승부의 분위기를 반전시키기 위해서는 용병의 강력한 스파이크가 필요하다. 국내 공격수들은 용병들과의 공격 밸런스를 맞추기 위해 노력하지만 공격 점유율과 성공률이 떨어진다. 때문에 용병이 힘을 쓰지 못할 경우 맥을 추지 못하고 무너지는 경우가 다반사다.

하지만 2011년 마지막날인 12월 31일, KEPCO에는 '용병=주포'라는 공식을 깬 선수가 있었다. 바로 대형신인 서재덕(22)이었다. 서재덕은 KEPCO가 2-1로 잎사 있던 4세트부터 에이스 역할을 했다. 계속된 범실로 신춘삼 KEPCO 감독은 안젤코 대신 이기범을 투입했다. 이때부터 주포의 몫은 서재덕에게 넘겨졌다. 서재덕은 성균관대 시절에도 팀 내 공격을 도맡으며 '괴물'로 불렸다. 타고난 힘과 밸런스로 전천후 선수로 각광받았다. 최홍석(드림식스)와 함께 대학 랭킹 1, 2위를 다퉜다. 그러나 올시즌 프로선수가 된 이후 이렇게 중요한 역할을 맡기는 처음이었다.

서재덕은 전혀 떨지 않았다. 마치 10년차 베테랑처럼 노련했다. 파워 스파이크는 드림식스의 사각지점에 꽂혔다. 서재덕의 공격력은 24-24 동점으로 돌입한 상황에서 더욱 빛을 발했다. 그러나 처음 중역을 맡은지라 경기 막판에는 힘들어 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그러나 자신의 손으로 경기를 마무리지었다. 그리고 '삼손'(괴력을 지닌 이스라엘의 영웅)같이 포효하는 세리머니를 펼쳤다. 이날 서재덕은 올시즌 자신의 최다득점인 27득점을 폭발시켰다. 공격성공률은 54.35%에 달했다.

이번 경기로 서재덕은 안젤코를 존경하게 됐다. 매 경기 평균 27득점 이상을 올리면서 뛰어난 위기관리능력을 보이는 안젤코를 다시 보게 됐다. 용병이 에이스로 활약하면서 느끼는 심적, 육체적 부담을 자신이 경험했기 때문이다. 3라운드 초중반 부진을 말끔히 날려버렸다. 그리고 고개를 숙였다. 서재덕은 "개인적으로 경기 내용은 완벽하지 못했다. 범실(6개)이 많았다"며 "경기를 이겨서 조용히 넘어갔지만 앞으로 고쳐나가야할 부분이다"고 말했다. 평생 잊지 못할 2011년의 마지막 날을 보낸 서재덕이었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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