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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한국배구 이렇게 달라져야 한다

노주환 기자

기사입력 2011-12-29 14:06


2005년 프로리그를 시작한 한국배구는 해를 거듭할수록 성장하고 있다. 팀 수(남자 7개, 여자 6개)가 늘었고, 전경기가 TV로 생중계되고 있다. 배구쪽에서는 라이벌인 농구 인기를 거의 따라잡았다는 자평까지 하고 있다. 하지만 배구계는 안도하면서 웃을 때가 아니다.

2011년 한국배구는 프로배구를 중심으로 달라져야 한다. 최근 NH농협 프로배구에서 도저히 프로경기라고 보기 힘든 매치들이 나오고 있다. 28일 남자배구 현대캐피탈-드림식스전(3대1 현대캐피탈 승), 13일 여자배구 GS칼텍스-IBK기업은행전(3대2 기업은행 승)은 실망 그 자체였다. 두 경기의 양팀 합계 범실이 각각 67개와 69개 나왔다. 배구인들 스스로 "정말 부끄러운 경기였다"고까지 말했다. 요즘 정규리그에선 배구팬들의 흥미를 떨어트리는 기대이하의 상품(콘텐츠)들이 많아지고 있다. 배구계는 이 문제를 수 많은 경기 중 하나라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한국 스포츠팬들의 입맛은 매우 까다롭고 예민하다. 금방 배구장으로 향하는 발길이 줄 것이고, 배구 중계 시청률은 떨어질 것이다. 또 용병 한 명의 경기력에 따라 팀 승패가 갈리는 것도 재미를 반감시키는 측면이 있다.

현재 많은 배구계의 현안 중 가장 큰 것은 모기업이 없는 드림식스 처리 건이다. 드림식스 문제는 이번 2011~12시즌 시작 전 원 모기업인 우리캐피탈이 전북은행으로 인수되는 과정에서 배구단만 떨어져 나오면서 불거졌다. 연맹 이사회는 드림식스를 연맹이 한 시즌 동안 지원금을 대주면서 인수기업을 찾기로 했다. 그렇게 해서 이번 시즌의 절반이 흘렀다.

드림식스의 경기력은 시간이 지날수록 떨어지고 있다. 연맹의 도움을 받다보니 드림식스는 다른 구단들보다 선수들에게 좋은 먹거리와 훈련 시설을 제공하지 못한다. 김정환 신영석 최홍석 같은 국가대표급 젊은 선수들은 미래가 불안하다. 한 선수는 '운동을 그만두고 싶다'는 요지의 글을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리기까지 했다. 이런 상황에서 드림식스가 좋은 경기력을 유지하기는 어려울 수밖에 없다.

드림식스의 새 주인을 찾아주는 건 프로배구의 질을 높이는 것과 맥이 닿아 있다. 그런데 이 문제를 풀어줄 해결사가 지금 부재중이다. 이동호 한국배구연맹 총재는 사임을 한 상황이다. 현재는 후임자가 올 때까지 얼굴 마담 역할만 하고 있다. 프로배구를 이끌 힘 있는 수장이 하루 빨리 중심을 잡아야 한다. 현재 박상설 연맹 사무총장과 연맹 이사(각 구단 단장들)들이 후임 총재를 구하고 있다. 하지만 각 구단의 이해관계와 시즌이 진행 중이라는 이유로 새 총재 추대 문제가 답보상태다. 또 한국중고배구연맹과 대학배구연맹에서 금품 비리 문제가 터져 사법당국의 수사가 진행중이라 대한배구협회까지 시끄럽다.

요즘 배구계 일각에선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낸 임태희 대한배구협회장이 한국배구연맹 총재로 자리를 옮길 수도 있다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임태희 협회장은 여자배구 IBK기업은행이 창단되는 과정에서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또 드림식스 인수기업을 찾는 데도 힘을 쏟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배구인들은 프로리그가 좀더 활성화되기 위해 남자 8개, 여자 8개팀까지 팀수가 늘어나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배구에 열정을 갖고 일할 새 총재가 필요하다. 또 팀 수와 상관없이 내실을 다지기 위해 드림식스 문제를 슬기롭게 해결해야 한다. 드림식스 건을 질질 끌면 배구에 관심있는 다른 기업들도 흥미를 잃을 수 있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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