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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이뛰기로 부산 호령하던 IBK 김희진, '제2의 김연경'으로 폭풍 성장중

김진회 기자

기사입력 2011-12-13 13:22


김희진이 GS칼텍스 용병 페리를 상대로 스파이크를 날리고 있다. 스포츠조선DB

'특급 신인' 김희진(20·IBK기업은행)은 높이뛰기 선수로 부산에서 꽤 유명했다. 부산 상미초등학교 5학년 때 살을 빼기 위해 시작한 운동이었다. 부친 김정돈씨(58)가 부산광역시체육회 소속 마라토너였기 때문에 어렵지 않게 체육계에 발을 들여 놓을 수 있었다. 남다른 운동 신경은 숨길 수 없었다. 소년체전 육상 높이뛰기에서 금메달을 땄다. 운동을 시작하면서 키도 부쩍 컸다. 1m47이던 키가 1m60까지 자랐다. 그러면서 농구계와 배구계에서 러브콜이 쇄도했다. '김희진 스카우트 작전'이 펼쳐졌다. 김희진은 높이뛰기를 계속 하고 싶었다. 그러나 부친 김정돈씨와 모친 김성호씨는 딸에게 육상의 열악한 환경보다 배구를 권유했다. 농구는 몸싸움이 심해 부상당할 위험이 크다며 반대했다. 그런데 뜻하지 않은 마찰이 발생했다. 체육 영재를 빼앗기고 싶지 않았던 부산시는 김희진이 부산에서 뛰길 원했다. 그러나 부친 김정돈씨의 생각은 달랐다. '큰 물에서 놀아야 큰 선수가 된다'라며 김희진을 서울로 전학을 보냈다.

배구는 육상보다 힘들었다. 남들보다 배구 입문이 2~3년 늦었기 때문이다. 중앙여중 시절 높은 점프력과 1m75의 큰 키를 보유했음에도, 부족한 점이 많았다. 그러면서 지도자들에게 혼이 많이 났다. 그때마다 배구를 그만두고 싶었다. 그러나 단체운동이라는 배구의 특성을 참고 견뎠다. 혹독한 훈련을 감내하자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중학교 3학년이던 2007년 봄철대회에서 MVP로 선정된데 이어 아시아·세계유스선수권 청소년대표로 뽑혔다.

김희진은 센터이긴 하지만 강력한 서브를 구사한다. 중학교 시절에는 서브를 잘하지 못했다. 서브에 대한 두려움이 컸다. 점수 관리가 필요할 때마다 범실이 나왔다. 그러나 중앙여고 진학 이후 서브가 눈에 뜨게 좋아졌다. 신만근 감독에게 기량 뿐만 아니라 인성에 대해 많은 가르침을 받았다. 그러더니 2009년 4월에는 고등학생 신분으로 생애 첫 태극마크를 달았다. 올시즌 IBK기업은행 유니폼을 입고 데뷔한 프로 무대에선 이정철 감독의 영향으로 서브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게 됐다. 김희진은 "(이 감독에게) 아웃이 되도 좋으니 상대에게 위협을 주라는 주문을 받는다. 높은 타점에서 끊어치는 타법으로 '반 드롭식' 서브를 연마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감독님께서 타깃이 되는 선수 정면에서 서브를 넣으라고 하신다. 약간 방향만 틀어주면 그 선수는 긴장이 돼 범실을 한다"고 덧붙였다.

스무살의 어린 나이지만, 김희진은 서브 시 냉정함을 찾으려고 노력한다. 서브로 득점할 경우 흥분을 자제한 뒤 다음 서브를 넣는다. 김희진은 남자 배구선수들의 서브도 유심있게 관찰한다. 특히 드롭서브를 넣는 드림식스의 센터 신영석의 서브 동작을 연구한다.

별명은 '왕해맑'이다. 항상 웃고 다니면서 긍정 바이러스를 퍼뜨린다 해서 KGC인삼공사 한수지가 붙여준 별명이다. 무엇보다 수다스럽단다. 영락없는 스무살 소녀의 모습이다. 그러나 짧은 머리 스타일 탓에 남성 이미지가 강하다. 김희진은 "짧은 머리 스타일이 편하다. 전에는 '남자같다'라는 말이 싫었지만, 이젠 아무렇지도 않다"라며 웃음을 보였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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