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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정에 패배 안긴 세터 김영래, 위기가 희망이었다

노주환 기자

기사입력 2011-11-17 22:46


남자배구 대한항공과 LIG손해보험 사이에 얄궂은 일이 벌어졌다. 두 구단은 지난 11일 보기 드물게 시즌 중간에 세터를 맞트레이드했다. LIG손해보험은 주전 세터 황동일을 보내면서 대한항공의 비주전 세터 김영래와 공격수 조성철을 받았다. 연패에 늪에 빠진 이경석 LIG손해보험 감독이 경기대 후배 신영철 대한항공 감독에게 제안해 이뤄진 트레이드였다. 두 팀은 트레이드 이후 6일 만인 17일 대한항공의 홈인 인천 도원실내체육관에서 맞붙었다.

5일 손발을 맞춘 김영래(30)는 LIG손해보험의 주전 세트가 돼 있었다. 황동일은 국가대표 세터 한선수의 백업 역할을 했다. 김영래가 자신의 버린 친정팀에 패배를 안겼다. 그는 "이겼는게 기분이 묘하다. 친정팀 후배들의 표정이 어두웠다"면서 "좋으면서도 생각이 복잡하다"고 말했다.

김영래는 처음 신영철 감독이 트레이드 제안을 하면서 "서운하냐"는 질문에 바로 "서운합니다"라고 대답했다. 왜 자신이 8년간 유니폼을 입었던 대한항공을 떠나야 하는지 억울했다.

이경석 감독의 선택은 일단 좋은 출발을 보였다. 김영래를 데려온 후 LIG손해보험의 팀 분위기가 달라졌다. 이 감독은 "세터가 바뀌면서 공격수들의 스텝에 자신감이 붙었다"고 말했다. 이날 LIG손해보험의 주포 이경수는 28득점으로 팀내 최다득점을 올리면서 승리를 이끌었다. 용병 페피치는 21득점, 김요한도 19득점을 해 공격수 삼총사가 골고루 때려주었다. LIG손해보험은 대한항공에 3대2 역전승 거두며 시즌 2승(5패)을 거뒀다.

이경석 감독은 10년 전 김영래를 경기대로 스카우트하려다 실패했다. 김영래는 인하대로 갔다. 김영래는 "이 감독님께서 10년이 지나서야 너와 함께 하게 됐다. 너와는 인연이 있는 것 같다고 말씀하셨다"고 했다.

김영래는 LIG손해보험 유니폼을 입으면서 제2의 배구인생을 시작했다. 그는 한선수가 성장하기 전까지 대한항공의 주전 세터였지만 이후 밀렸다. 생각지도 않았던 트레이드가 김영래에게는 위기가 아닌 기회였던 것이다. 신영철 감독은 "져서 기분이 안 좋지만 함께 했던 선수가 다른 팀에 가서 잘 하니까 지도자로서 뿌듯하다"고 말했다. 여자부에선 IBK기업은행이 흥국생명을 3대1로 제압했다.
인천=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

◇프로배구 전적(17일)


LIG손해보험(2승5패) 3-2 대한항공(5승2패)

IBK기업은행(3승3패) 3-1 흥국생명(2승4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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